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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 법안과 후보 사퇴 시 국고보조금 환수 법안을 동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가 낯뜨거울 지경이다. 지난달 29일 이정현 새누리당 선대위 공보단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선 후보가 국민 혈세를 먹고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연장법’을 동시에 국회에서 논의, 처리하자”고 제안한 것을 그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전격 수용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새누리당은 이 단장의 제안을 ‘개인 의견’이라며 깔아뭉갰고, 이 단장은 “(두 법안의) 교환이라는 의미로 얘기하지 않았고 그런 적도 없다”며 발뺌했다. 박근혜 대선 후보는 “개인이 법을 만들라, 폐기하라 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사안의 중요성과 어느 쪽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하는 탄식부터 나온다. 이 단장이 박 후보의 입장을 대변하는 측근이자 선대위의 대언론 창구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인사가 사석도 아닌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을 개인 의견이라고 한다면 새누리당의 공식 의견은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후보가 직접 하지 않은 건 모두 개인 의견일 뿐이라는 말인가. 그런 논리라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방안도,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의 정치쇄신 발언도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에는 모두 개인 의견이었다며 묻어버려도 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투표시간연장 캠페인 (출처: 경향DB)


그동안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 법안에 대해 온갖 사정과 이유를 들어 물타기를 하고 시간을 끌어온 일은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은 통합선거인명부관리제나 사전투표제 등과 달리 여야가 합의만 하면 이번 대선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근무시간에 매여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민 투표권 보장과 참정권 확대 차원에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이를 받아들이도록 거듭 촉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구차한 변명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신뢰를 깨뜨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는 재집권을 노리는 정당으로서뿐 아니라 일개 원내 정당으로서도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지금이라도 대승적 견지에서 투표시간 연장 방안을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선거에서 불리하니까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자복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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