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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팀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으로 남녀 대표선수 전원이 25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퇴촌 조치됐다. 앞서 지난 17일 쇼트트랙 대표팀이 선수촌 내에서 암벽등반 훈련을 하다 남자대표팀 ㄱ선수가 남자 후배 ㄴ선수의 바지를 내린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자 선수를 포함한 동료들이 보는 상황에서 수치심을 느낀 ㄴ선수는 성희롱당했다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스타급 선수들이다. 진천 선수촌은 쇼트트랙 대표팀 전체의 기강 해이를 문제 삼아 ‘1개월간 전원 퇴촌’이라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다음달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어 ㄱ선수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성폭력은 어떠한 집단 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이성 간은 물론 동성 간에도 마찬가지다. 쇼트트랙 대표팀 사태는 성희롱 자체도 잘못이지만, 사후 대응은 더 부적절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최우선 과제는 피해자 보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사건 다음날부터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빙상연맹 측은 가해자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대신 화해를 권유했다고 한다. 가해자는 사건 이후에도 훈련에 계속 참여하다 25일에야 다른 선수들과 함께 선수촌을 떠났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가 명확한 사건임에도 피해자와 다른 선수들까지 불이익을 받게 된 부분이다. 선수촌에서 쫓겨난 대표선수들은 한 달 동안 훈련수당 등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선수촌 측은 이번 성희롱 사건뿐 아니라, 4개월 전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 숙소에 무단 출입한 사례 등 다른 사건도 고려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자신은 물론 사건과 무관한 동료들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간다면 누가 입을 열 수 있겠는가.
조재범 전 코치 사건이 드러난 후 폭력과 성폭력으로 얼룩진 빙상계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ㄱ선수 성희롱 사건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음을 말해준다. 빙상연맹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ㄱ선수에게 강력한 징계조치를 취해야 한다. ㄴ선수에게 화해를 압박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관계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옳다. 또한 사건과 관계없이 불이익을 당한 선수들에 대해선 조기 재입촌 등의 조치를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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