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및 노동 관련 4개 법안, 테러방지법, 선거구 획정안 등 쟁점법안 처리만 남았다. 그런데 이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또다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부는 어제 이들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선거가 코앞인데도 선거구 획정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스럽다.
여야가 원샷법 등의 처리에 합의한 것은 야권 내 변화 때문이다. 국민의당에서 민생을 위해 이들 법안만이라도 처리하자고 했고 더민주가 이에 동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반면 여당의 양보는 없었다. 여당이 원하는 방향대로 법안이 처리됐다. 원샷법은 적용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고, 북한인권법도 여당의 안에 문구만 일부 조정해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야당에 문제가 없지 않다. 이렇게 합의할 것을 왜 3년 넘게 반대한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최근 국회 상황과 관련한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_연합뉴스
하지만 여당의 허물은 야당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당은 원샷법 처리를 합의하자마자 남은 쟁점법안의 처리에서 또 고집을 피우고 있다. 쟁점법안을 선거구 획정과 연계해 처리하자는 것이다. 양당은 현재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고, 지역구 의석을 253명으로 7명 늘리고 비례대표를 그만큼 줄이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기존 농촌 지역구를 지키겠다는 새누리당의 안이 관철된 것이다. 비례대표 축소는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더민주는 노동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응했다. 하지만 여당은 자신의 안을 하나도 수정하지 않은 채 야당의 양보만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파견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 뻔한데 노동자를 위한 법이라는 억지도 여전하다. 50%도 안되는 지지율로 표의 등가성을 잃은 선거제에 의존해 개헌 가능 의석을 차지하겠다는 속셈도 여전하다.
의견이 맞설 때는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게 정치의 정석이다. 의석수가 적은 야당에만 양보하라고 강요한다면 정치적 대화 자체가 필요 없을 것이다. 청와대는 어제도 쟁점법안을 일괄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관제 서명’으로 국회를 윽박지르는 것도 모자라 여당의 목까지 조르고 있다. 대통령의 지침을 국회에서 수행하는 것이 여당이 할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당의 일방처리 요구를 거부하며 너무한다고 말했을까. 새누리당이 거수기가 아니라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국정은 청와대 뜻대로, 공천은 내 뜻대로 하겠다는 김무성 (0) | 2016.01.27 |
---|---|
[경향의 눈]정부의 갑질 (0) | 2016.01.25 |
[사설]국민의당, 묻지마 영입이 원칙인가 (0) | 2016.01.21 |
[사설]정치적 원칙도, 도의도, 염치도 내팽개친 새누리당 (0) | 2016.01.21 |
[정희진의 낯선 사이]‘그 민주당’과 ‘인민의당’ (0) | 2016.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