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바른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승민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어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남경필 경기지사를 꺾고 원내교섭단체 정당의 후보로는 가장 먼저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하지만 유 후보는 최근 지지율이 3%를 넘지 못하고, 당 지지율도 자유한국당은 물론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도 밀리고 있다. 보수당을 분열시킨 배신자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개혁보수의 길을 연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공당의 대선후보라는 영예를 안은 유 후보는 다른 당·후보와의 연대를 모색하면서 당의 활로를 열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

바른정당은 창당 후 두 달 동안 형식과 내용에서 의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대선 경선에서 대본 없는 토론, 정책 중심의 토론 등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정책 선거를 지향해 지역과 연령, 계층, 직업을 고려한 국민정책평가단 4000여명을 모집, 후보 선출에 반영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두 후보도 경선 내내 전문적 식견과 젊은 스타일로 참신하게 경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영을 뛰어넘은 연정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확대한 것도 이들의 공로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남경필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 후보에 선출되며 환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이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시민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당 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영입과 개헌 시도 등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한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투표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찬성하기로 했다가 반대로 돌아서기도 했다. 방송관련법 개정 등 개혁 입법이 표류하게 된 데 바른정당의 소극적인 역할도 작용했다. 안보정당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색깔론에 의지하는 구태도 보였다. 새누리당 시절 누렸던 기득권에 기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 의원은 후보 수락연설에서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를 선언했다. 바른정당이 진정한 보수세력이 되려면 과거 보수정당의 적폐 및 기득권과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야 한다. 부유하고 학벌 좋은 정치인들의 정당이라는 이미지와 어정쩡한 자세를 버리고 합리성으로 똘똘 뭉친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가야 한다. 세를 키우겠다는 생각만으로 친박근혜 세력과 연대하는 것은 창당의 취지를 저버리는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