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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월 국회를 보이콧하면서 15일 예정됐던 상임위가 줄줄이 취소됐다. 한국당은 환경노동위 파행 사태를 ‘야당의 독주’라고 비난하며 상임위 전면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13일 환노위에서 야당 주도로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 MBC노조 탄압 등에 대한 청문회 실시를 의결하자 이에 반발해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야당 독주를 막기 위해 긴급현안이 있는 국방위와 정보위를 제외한 다른 상임위를 보이콧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보이콧에 직접 동참하지 않았지만 같은 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날치기 처리된 안건은 법사위에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지금 국회에는 경제민주화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방송법 개정 등 구시대 관행과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개혁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월 국회는 1월 임시국회가 아무 성과없이 끝난 뒤 개혁입법을 할 마지막 기회로 기대를 모았지만 집권당의 난데없는 ‘몽니’에 자다가 홍두깨를 맞은 격이 됐다. 개혁법안은 더 이상 늑장을 부릴 여유가 없다. 3월부터 각 당이 대선 경선에 들어가면 국회는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의원들이 1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으로의 당명 변경안이 통과된 뒤 손을 맞잡은 채 몸을 숙여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지금 우리는 엄중한 한반도 주변 정세와 경제 불황에 따른 생활고, 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의 혼란 속에서 어느 때보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 삶이 최우선이란 대의를 생각하면 닫았던 국회도 다시 열어야 할 판이다. 이런 때 야당이 노동자 인권을 살펴보는 청문회를 의결했다고 해서 민생·경제·외교 현안이 산적한 국회 전체를 올스톱시키는 것은 집권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환노위에서 못할 일을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설사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환노위 차원에서 해결해야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상임위를 거부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개혁법안 처리에 뜻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작 민생·개혁 국회는 외면하면서 김정남 피살 관련 정보위·국방위에만 참여하는 것도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안보 이슈를 띄워 운신의 폭을 넓히고 위축된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얄팍한 의도다.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이 큰 집권당으로서 당을 쇄신하겠다며 당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반성 투어’를 하겠다면서 새 출발 이틀 만에 국회를 내팽개친다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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