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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기본계획 2014~2030’ 수정 1호가 논란을 불러왔다. 병력을 63만명에서 52만2000명으로 축소하기로 하면서 장군 감축 규모를 최초 계획 60명에서 40명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그간의 행태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병력 감축에 따른 부대 통폐합에 상응하는 장군 감축은 이뤄지지 않았다. 방위사업청 소속 장군 8명만 감축됐다. 장군 40명 감축도 2020년 이후로 미뤄져 과실은 먼저 따먹고, 중장기 계획으로 책임을 미룬 것이란 비난도 나온다. 1야전군과 3야전군 통합으로 없어지는 4성 장군 직위를 합참1차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란 얘기도 들려 군 스스로의 개혁에는 한계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군의 장성 수가 미군보다 많다는 현실을 과연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를 되짚어볼 때다.

제 살 깎는 노력이 없는데 개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국방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정치과잉에 의한 개혁법제화 실패, 폐쇄적·하향식 지침에 따른 저항, 군 집단이기주의, 적정 국방예산 확보의 실패를 든다. 필자는 다른 시각에서 이 사안을 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종이 본질적인 문제이다. 장군 수 감축에 미온적인 점이나 장군묘역 유지, 훈장 추서의 무분별함도 그렇다. 국립대전현충원의 장교와 사병 묘역을 통합한다고 하면서 기존 장군묘역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장군묘역의 공간이 소진되면 통합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이 역시 하기 싫은 일은 뒤로 미루는 행태로 보인다. 적잖은 현역 및 예비역 장군들이 묘역 구분을 없애야 맞다고 하는데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현충원은 단순히 순국선열이 잠든 과거의 묘지가 아니다. 이곳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북돋우고 국민을 통합하는 성지로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무다.

훈장 추서는 어떤가. 최근 모 유력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예비역 3성장군의 훈장이 도마에 올랐다. 이라크 선거지원단 일원으로 참여한 그는 전투에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이는 엄연히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좀먹는 행위다. 무공훈장은 전장에서 뚜렷한 전공을 세운 군인에게 주어야 한다. 전투도 없었는데 무공훈장이 남발되어선 안되는 것이다. 단지 장기간 근속했다는 이유만으로 훈장을 받는 것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일반 국민이 4대 의무를 평생 성실히 수행한 것과 비교할 때 무엇이 다른가 하는 비난이 있음을 경청해야 할 때다.

군의 단결력은 진정한 파트너십에서 나온다. 그 원천이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임은 분명하다. 나라를 이끄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솔선수범이 국민통합을 유도하듯이 군에서도 간부들, 특히 장군단이 모범을 보이고 희생을 해야 군의 단결력과 사기를 높일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새로운 군 문화를 수립하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군의 사기와 단결, 병영악습 철폐, 전력 증강과 군 구조개혁,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도 결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운이 감도는 준전시 상황의 조국이다. 지난 70년 나라의 안보를 굳건히 지켜낸 우리 장군단 아닌가. 위기가 오면 국민들은 신뢰를 갖고 그들만을 쳐다본다. 이제 장군단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이며 화답해야 할 때다.

고성윤 | 국방분석가·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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