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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에 이어 세계 1인자인 중국의 커제(柯潔) 9단까지 완파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알파고의 개발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는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고 발표했다. ‘인간계를 완전 정복했으므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거냐’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터져나올 만큼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대단했다.

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이 25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2번째 대국 중 머리를 감싸며 고민하고 있다. 우전 _ 신화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대국을 단순히 인공지능과 인간 대표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될 것 같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커제 9단과의 2차전에서 보여준 119수가 단적인 예다. 바둑기사들이라면 쉽게 착상할 수 없는 수였다. 그러나 막상 알파고의 수가 놓이자 커제의 돌들이 꼼짝달싹 못했다. 그나마 바둑계는 지난해 이세돌 9단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알파고와의 공존을 모색하던 터였다. 바둑계가 신봉해온 ‘초반 포석’은 이미 자유로운 감각의 알파고 신개념수에 무력해졌다. 벌써 바둑계는 인간의 부족한 부분을 ‘알사범’ 알파고에게서 배우고 있다. 인간의 고정관념인 ‘정석’을 가르치는 대신 개념 위주의 학습방법을 채택하는 바둑 지도자들도 생겼다. 허사비스가 언급했듯 알파고의 목적은 ‘바둑계 평정’이 아니었다. 인간의 영역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야에서 보편적인 인간의 쓰임에 기여하는 이른바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즉 바둑에서처럼 고정관념에 사로잡혔거나, 혹은 엄청난 물적·인적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는 분야에서 인간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을 모색하고 있다. 입원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 인공지능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의료진에게 곧바로 알려주는 앱(스트림스)이 대표적인 예다. 질병을 진단·치료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등의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알파고처럼 인간이 축적한 데이터를 넘어 스스로 학습해서 고난도의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초보단계라지만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사이에서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 있다. 인공지능은 철저하게 ‘착한 인간’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러와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편리한 도구냐, 흉기냐는 결국 인간에게 달려있다. 아무리 엄청난 괴력을 갖춘 인공지능이라도 결국 인간의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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