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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찰이 발표한 스포츠 비리 수사 내용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선수들에게 지급돼야 할 거액의 훈련비와 지원금을 허위로 타내는가 하면 기업 후원금의 일부를 개인 성과금 명목으로 빼돌린 스포츠인들이 적발됐다.
예컨대 어떤 종목 코치는 선수들의 식사·숙박비 등 훈련비와 대회출전비 등 총 1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또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지도자는 이 같은 비리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까지 뿌렸다. 해당 공무원은 그 대가로 지원금 요청
공문을 허위로 작성했다. 심지어 조직폭력배 행동대장이던 어떤 종목의 전무이사는 우수선수 관리지원금을 1억5000만원이나 빼돌렸다.
문제는 적발된 종목이 쇼트트랙·레슬링·스키·씨름 등 4개 종목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적발 내용에 기상천외하거나
경천동지할 수법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종목에서 잡다한 수법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정당당한 승부의 세계여야 할
체육계에서 비리의 고질화와 일상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체육계는 지금까지 광범위하게 통용돼온 부조리의
사슬을 스스로 풀지 않으면 비리집단의 이미지를 씻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도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이 상시 합동으로 벌여온 이른바 ‘스포츠 4대악(惡) 수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입시비리·편파판정·승부조작·(성)폭력 등 이른바 4대악을 없앤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전담 수사기구 상설화를 통해 스포츠계
전체를 ‘악의 축’이라 단정하고 척결 대상으로 삼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체육계 전반을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하기보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번 수사에서 드러났듯 예산을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도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거나 협회가 외부의 통제 없이 예산을 총괄했다. 또
지원금을 요청하고 관리감독하는 이들이 장기간 같은 자리에 있었다. 이들은 검증이 허술한 보상금 항목을 노렸다. 비리 적발도
좋지만 엄격한 관리감독 체계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체육계가 비리집단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 손가락질은 곧
문화부로 향한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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