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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얼마나 더 추해질 참인가. 집권당 최초의 국정감사 전면 거부, 집권당 대표 최초의 단식농성이라는 기록을 세우더니 어제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또 하나 추가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국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을 사실상 감금해 국방위 국감을 무산시켰다.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도의도, 인간적 염치도 내팽개친 여당을 바라보는 심경이 참담할 따름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가 27일 국회의장실 앞 복도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은 물러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김 위원장은 어제 오전 새누리당 국방위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늘 오후부터 국정감사에 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양심과 소신이 시키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을 줄기차게 해왔다”며 “저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소영웅주의가 아니라 기본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의 김 위원장실을 찾아가 국감에 나가지 말라고 만류하며 출입을 봉쇄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 이래선 안된다.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철수한 뒤에야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없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해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한 장본인”이라고 하지만 이는 스스로에게 돌아가야 할 비판이다. 국회의원은 특정 정당의 당원이기 이전에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들이 당론을 이유로 동료 의원의 의정활동을 저지한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행태이다. 새누리당은 이달 초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항의하며 의장실로 몰려가 고성을 지르고 경호원의 멱살을 잡은 일이 있다. 이제는 자기 당 의원에게마저 물리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고도 의회민주주의를 입에 올린다면 후안무치다.
새누리당의 국감 거부가 계속되면서 당내에서 조금씩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3선의 이혜훈 의원은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자 1년에 한번 실시되는 국회의 꽃”이라며 “이 중요한 국감을 언제까지 미룰 수 있겠느냐. 빨리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석호 최고위원도 “새누리당은 국정운영 책임자다. 국정이 하루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들의 말이 옳다. 새누리당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 지금 대통령 눈치 보며 ‘막장 드라마’ 찍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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