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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어제 서울시내 6개 고교에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자사고 지정 취소가 되면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선거 공약인 자사고 폐지가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지정한 지 5년밖에 안된 자사고를 일반고로 되돌리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황폐해진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는 해당 자사고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서울시교육청이 3차례 평가를 하면서 개선의 기회를 줬으나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들 자사고는 그간 다양한 교육 추구라는 설립 목적에 반하는 학교 운영으로 눈총을 받아왔다. 학생 선발 자율권은 성적 우수 학생 확보 수단으로, 교육과정 자율권은 국·영·수 위주의 입시 교육 수단으로 변질됐다. 교육자원을 독식한 자사고가 성장하는 동안 일반고 슬럼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6개교를 지정 취소하고 숭문고, 신일고 2개교는 지정 취소를 유예했다. (출처 : 경향DB)


사립고교에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허용하면 학교 간 선의의 경쟁과 교육수요자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돼 공교육이 강화될 것이라는 당초 취지에 반하는 결과다. 자사고 측은 일반고 몰락이 자사고와 무관하다고 말한다. 고교체제 성격상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고 등장 후 학급당 학생수 급증과 학업성취도 하락 등 일반고의 학습 환경이 크게 후퇴한 것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등록금을 일반고보다 최고 3배까지 더 거둘 수 있게 한 것도 부당한 특권이었다. 이러니 일부 학원이 분위기를 해친다며 일반고 학생들의 수강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고교서열화와 교육불평등이 한층 더 심화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만으로 공교육이 완전 정상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사고가 공교육 몰락을 부추기기는 했어도 근본 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교육 몰락의 중심에는 극심한 입시경쟁과 내 자식만 잘 키우자는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다. 교육청이나 자사고, 일반고의 힘만으로는 공교육 살리기가 불가능한 이유다.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문제인 것이다. 교육부와 자사고들이 반발하지만 교육 백년대계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공교육 살리기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물론 일반고의 분위기 쇄신과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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