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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됐던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차량의 연비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졌다. 연비 뻥튀기 의혹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정부의 공식 검증 결과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해당 업체의 행정소송과 함께 소비자들의 집단소송도 예고돼 있다. 하지만 이번 연비 검증은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연비 측정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탓에 정부기관 간에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만 자초한 꼴이 됐다.
이번 조사는 정부 검증을 통해 연비 과장이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토부가 14개 차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7개 차종의 연비가 부풀려진 것으로 나왔다. 이 중 싼타페와 코란도는 표시 연비와 실제 연비의 차이가 각 8.3%와 10.7%로 허용오차(5%) 범위를 넘었다. 국토부와 산업부의 2차례 조사결과가 다르게 나왔지만 정부 결론은 ‘연비 과장’이라는 국토부 손을 들어줬다. 업체의 뻥튀기 관행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강공책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 연비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정은보 차관보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연비 조사를 둘러싼 정부 기관 간 불협화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토부와 산업부는 어제 각기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은 채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소비자 불신은 아랑곳없이 누가 연비 측정을 맡을 것인지를 놓고 오직 잿밥에 눈이 먼 결과다.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에서 심판을 봐야 할 정부가 자기 본분을 망각한 채 한 편의 코미디를 연출한 것이다. 부처 간 갈등의 중재 역할을 맡은 기획재정부마저 결국 두 손을 든 것은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준 전형이다.
정확한 연비 표기는 소비자 신뢰의 출발점이다. 업체들은 “표시 연비는 실제 연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소비자를 기만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드는 최근 “연비 과장을 사죄한다”며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약속한 바 있다. 현대차도 미국에서 연비 과장이 들통 나 혼쭐이 났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만 예외였다. 오죽했으면 ‘국내 소비자는 봉’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자동차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간의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도 차제에 소비자와 업체가 신뢰할 수 있는 보다 엄격한 연비 측정기준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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