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기획재정부가 21일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것과 관련해 특혜논란을 빚었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 다시 입법예고했다. 앞서 입법예고한 내용 가운데 ‘종교활동비 비과세’와 ‘종교단체 회계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자 일부 수정한 것이다. 수정안은 일반 납세자처럼 종교인도 종교활동비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언뜻 보기에 종교활동비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로 보인다.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수정안은 종교기관이 종교활동비를 종교인 통장으로 지급할 경우 세무당국에 지급명세서를 신고하도록 했다. 그런데 목회활동비 등을 종교단체의 법인카드로 썼을 때는 당국에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금액을 썼더라도 신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통상 대형 교회에서는 목사들이 법인카드로 목회활동비를 쓴다. 지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경우에도 세무조사는 불가능하다. 종교단체 회계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 조항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보완을 지시했으나 시늉에 그친 것이다.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신교를 믿는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과세 무력화 작업을 벌인 결과로 보인다.

원래 종교인에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2015년 통과된 바 있다. 그러나 보완을 이유로 연장되는 바람에 2018년 시행 예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행을 앞두자 일부 의원들이 과세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2020년 시행을 들고나왔다. 이에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내년부터 시행하되 종교단체는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다는 조건 등을 내걸었다. 결국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보완작업을 한다고 했으나 ‘꼼수 탈세’를 묵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종교인 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연내 공포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의 첫걸음을 뗐다는 데 의의를 두며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겠다고 한다. 과연 종교인 특혜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도 실패했는데 다음에는 실질 과세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제에 과세를 반대하는 종교인도 스스로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종교인도 존경받으려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할 줄 알아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익만 챙기고 책임은 회피한다면, 종교인이기 전에 시민으로서의 자격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