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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충북 제천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50여명이 죽거나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밤 현재 사망자는 29명, 부상자는 20여명이다. 소방당국의 수색이 진행되면서 사상자는 늘어나고 있다.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스포츠센터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몰려 있던 2층 목욕탕의 아래층에서 발생한 화마가 덮치면서 20명이 사망했다. 건물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시커먼 연기가 뿜어나오자 “아내가 2층 사우나에 갇혀 있다”며 울부짖는가 하면 “살려 달라”는 비명이 이어졌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소방관들이 긴급 출동, 진화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지 2시간 만에 큰불이 잡힌 데 비해 사상자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많았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길이 급속하게 확산된 데는 건물 외벽이 불에 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 외벽이 연통과 같은 역할을 해 불쏘시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앞서 2015년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당시 화재가 급속하게 확산했던 경우와 유사하다. 게다가 제천 스포츠센터는 아파트보다 화재발생 시 대피가 취약한 다중이용시설이다. 건물 2~3층에는 목욕탕이 위치하고 다른 층에는 헬스클럽, 음식점 등이 입주해 있었다. 화재 때마다 드러나는 구조적인 문제도 겹쳤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진입에 필요한 7~8m의 도로 폭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결국 소방당국은 이삿짐 운반용 사다리차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또한 날씨가 너무 추워 밸브가 터지면서 굴절차가 작동하지 않은 것도 진압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월호 사고를 겪은 뒤에도 대형 참변이 끊이지 않는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타워크레인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타워크레인 사고 수습이 제대로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또 대형 참사가 난 것이다. 화기를 많이 사용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화재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대구 서문시장과 여수 수산시장 화재를 계기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국가안전진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나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국가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참사가 연례행사가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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