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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사내·사외이사)·감사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그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그동안 등기이사 보수는 총액만 공개했을 뿐 개별적으로 누가 얼마나 연봉을 받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대선 당시 대기업 이사 연봉 공개를 공약으로 준비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단계에서 제외했다. 재계는 이사 연봉을 공개하면 위화감만 커지고 노사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줄곧 반대해왔다. 그러나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연봉공개를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데 대해 “임원 책임 제고 등 기업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밝히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감안한 행보라고 볼 수 있겠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핵심은 연봉 5억원 범위 내 대통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을 받는 상장사 이사 급여를 공시 항목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사 보수가 경영 성과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선택과 판단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경영 실적이 떨어져도 등기이사 연봉이 계속 오르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다. 여야 정치권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아쉬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등기이사만으로 대상을 한정하다 보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비등기이사인 재벌 총수는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등기이사가 아니면 경영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시빗거리가 될 수 있는 연봉 공개도 피할 수 있는 만큼 재계 총수들이 줄줄이 등기이사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뜻하지 않은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지배주주 일가가 계열회사 중 등기이사로 등재된 비율 (경향DB)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실효성이 의심되는 만큼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본은 연봉 1억엔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이사의 보수금액과 세부내용을 공개하도록 했고, 미국은 연봉을 많이 받는 상위 5명이나 10명에 대한 보수 규모를 세부적인 설명과 함께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등기이사 전원과 회사에서 보수를 많이 받는 상위 5명에 대한 연봉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비등기이사인 재벌 총수도 연봉공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행령을 정할 경우 더 많은 등기이사가 봉급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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