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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산업의 부실화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청와대 서별관 청문회’가 8일 국회에서 시작됐다. 첫째 날 청문회를 통해 정부와 국책은행, 부실기업이 카르텔을 이뤄 자신들의 감독실패와 부실경영 책임을 덮고 기득권을 지키려 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0월22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서별관에 모여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를 보면 당시 최 부총리는 분명히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이날 “대우조선 분식 위험성을 인식했지만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별관회의 참석자들은 산은의 자구계획안이 불충분하다며 설비인력 감축과 노조의 구조조정 사전 동의를 요구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눈물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서별관회의가 열린 1주일 뒤 산업은행은 4조2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대우조선의 2012~2014년 3년간 분식회계 규모는 5조원에 이르며 2014년 하반기부터 홍 전 회장에게 분식회계 가능성을 수차례 얘기했다는 전직 의원의 증언도 나왔다. 국민 혈세를 분식회계 기업에 투입하는 과정을 누가 밀어붙였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산은은 STX조선해양이 2013년 3월 자율협약을 신청한 후 실사를 하기도 전에 총 1조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 역시 서별관회의에서 지원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2008년 이후 채권단이 26개 부실 조선·해운업체에 20조원의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했으나 이 중 정상적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한 곳은 1곳에 불과했다는 자료도 공개됐다.
정부는 산업은행이 주인인 대우조선과 달리 재벌 계열사인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법정관리를 택했지만 물류대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논의하자는 채권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화주 정보, 운송 계획 등 필요한 정보를 한진해운 측이 제공하지 않았다는 금융위원장의 실토는 정부의 무능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최 전 부총리 등 핵심 증인들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이 무능을 감추고 싶어서일 것이다.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못지않게 정부와 국책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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