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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둘러싼 정부 책임론에 대해 “정략적 정부 때리기와 반정부 비판제일주의”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어제 페이스북에 “한진해운 사태로 수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자 관료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문제해결 능력을 잃은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의원은 “포퓰리즘적 정치사회 문화가 관료들로 하여금 유능함을 감추어버리게 만든 게 문제”라며 “정책당국이 막무가내식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대응 능력이 충분한데, 기다려주지 않는 환경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이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구에 배를 대지 못한 채 인근 바다 위에 정박해 있다. AP연합뉴스

최 의원 발언은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한진해운 사태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천재지변’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해운업 구조조정 문제는 10개월 전부터 거론됐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도 3개월 전부터 제기됐다. 한진해운이 국내 1위·세계 7위의 글로벌 해운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에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됐어야 옳다. 정부의 졸속 대응을 비판하는 것은 정략이나 포퓰리즘과 무관하다.

그렇다면 최 의원은 왜 무리한 주장을 했을까. 오늘부터 이틀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열린다는 점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 의원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지원을 결정한 ‘서별관회의’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참석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강력한 엄호로 청문회 증인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청문회 기간 내내 그의 이름이 거론될 게 분명하다. 게다가 한진해운 사태라는 새로운 이슈가 부상하면서 ‘맹탕’이 우려되던 청문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터다. 최 의원은 “막무가내식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고”라는 표현에서 보듯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글을 올린 것이다.

여당 국회의원이라면 사안에 따라 정부 편을 들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최 의원은 아니다. 해운·조선업 부실에 책임이 큰 인사이기 때문이다. 수출기업 경영자와 노동자들은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데, 전직 경제부총리는 책임을 모면할 생각이나 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 의원은 정부 때리기 운운할 때가 아니다. 구조조정 지연으로 빚어진 작금의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자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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