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박근혜 대통령 측이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서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했다. ‘촛불’은 민심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는 “광화문 대규모 촛불집회를 주도한 곳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인데, 이를 주도한 곳은 민주노총”이라고 언급한 후 “민주노총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를 석방하라고 행진하는 것을 볼 때 민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명령에 따라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고 했다”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은 촛불민심에 색깔론을 덧씌우면 탄핵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대통령이 정경유착 비리를 저지르고 비선의 국정농단을 부추겨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에 대한 시민의 비판을 북의 지령 때문이라니 그가 국가 지도자이기는커녕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시민 모독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이다. 박 대통령은 또 서 변호사의 입을 빌려 “소크라테스도 사형됐고,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면서 자신을 박해받은 성인들에 비유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월6일 (출처: 경향신문DB)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수사 기록을 증거로 쓰면 안된다는 주장도 했다. 서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이었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이영렬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많은 인사혜택을 받고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그리고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이다.

박 대통령 측은 박영수 특검팀에도 딴지를 걸었다. 야당이 특검을 추천해 정치적 중립성에 위반된다는 논리지만 박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증거로 채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을 지연하기 위한 꼼수도 부렸다.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들이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국회 청문회 출석을 기피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쓰던 방식과 닮은꼴이다. 헌재의 요구에도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탄핵 사유와 당위성은 이미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헌재가 신속히 판단하기 바란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