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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국정감사 거부를 철회한 지 1주일이 흘렀다. 그러나 이후 행적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사실상의 국감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 권력형 비리 의혹 관련자들의 증언을 원천봉쇄하는 데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측근으로 미르재단 등의 설립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증인 채택을 저지했다. 최씨 딸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 규명에 필요한 최경희 이대 총장의 증인 채택도 막아섰다.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는 국회 정상화가 아니라 ‘청와대 방탄’을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6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전국 광역시 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도종환(왼쪽부터), 국민의당 송기석,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최순실 씨와 차은택 감독 등에 대한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관심은 21일 열릴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국감에 쏠리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 여부가 초점이다. 현재로선 출석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초 “민정수석의 불출석 관행을 양해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국감 파행 기간 중 “우 수석 출석은 꿈도 꾸지 말라”며 말을 바꿨다. 국회가 최순실도, 차은택도, 우병우도 부르지 못한다면 바쁜 공무원들 불러다놓고 국감을 할 까닭이 무엇인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사안마다 막무가내식 방어로만 일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스스로 주장하듯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의혹들이라면, 관련 당사자들이 국회에 나와 사실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유난스러운 대응은 의혹만 부풀릴 뿐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9%(한국갤럽 7일 발표)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진 것은 다섯 번째다. 앞서 연말정산 논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와 20대 총선 직후 등 조사에서 같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더욱 주목되는 것은 청와대가 북핵 위기를 들어 ‘비상시국’임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다. 안보위기 국면에서는 대체로 최고지도자의 지지도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건 권력의 도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심각함을 시사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사전에 ‘레임덕(권력누수)’은 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과거 지도자들도 그러했으나 결국 착각으로 드러나곤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성을 되찾고 정상적 국감 진행에 협조해야 옳다. 야당도 국회선진화법만 탓할 일이 아니다. 국감 종료 시까지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되, 성과가 없다면 특별검사 도입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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