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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대학 수시 1차 모집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생부 기재 방침을 고수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이에 반대하는 일부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팽팽히 맞서 첨예한 논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육시민단체와 정치권도 찬반 입장으로 갈려 가세하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대학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학교폭력을 줄여 보려는 교과부의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번 사안은 교과부가 한 발 양보해 서둘러 타협점을 도출해야 한다. 눈앞에 닥친 대입 전형에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학생의 인권 보호나 교육적 차원에서도 그렇다.
교장이 학생부를 승인하는 최종 시한인 지난 7일까지 학생부 기재를 거부한 학교는 전북 16곳과 경기 6곳 등 22곳으로 나타났다. 전국 2303개 고교의 약 1%로 많지는 않다. 교과부가 학생부 기재 방침을 거부한 교장과 교감, 교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징계를 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한 결과다. 문제는 일부 학교라도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면 눈앞에 닥친 대입 전형, 특히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런 혼란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밝힌 대로 학생부 기재를 거부한 학교 명단을 각 대학에 통보해 폭력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토록 하면 없앨 수는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학교폭력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경향DB)
대입 전형 과정에서 나타날 혼란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학생부 기재 자체에 있다. 교과부는 학생부 기재로 학교폭력이 대학 진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도록 하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월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서 핵심 대책의 하나로 포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지적대로 한 순간의 실수까지 학생부에 5년간이나 ‘주홍글씨’처럼 기재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가혹하고 비교육적인 처사다. 더욱이 학생부 기재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입소 경력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소년원법 등 소년보호 사건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터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8월 교과부의 학생부 기재 방침은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으므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졸업 전 삭제 심의제도’나 ‘중간 삭제 제도’의 도입을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인권위의 권고안 수용을 거부하고 기존 방침을 몰아붙이고 있다.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의 하나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생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큰 비교육적인 제도까지 도입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학생부 기재에 관한 기존 방침에서 물러나 바람직한 대안을 찾길 바란다. 자존심이나 감정에 치우쳐 고집을 부릴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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