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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주 내 여야 당 대표·원내대표 초청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만나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 유지 및 여야 협치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긴 추석 연휴에 앞서 만나자는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엄중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전파괴’ 위협에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최고의 대응조치’와 ‘태평양상 수소폭탄 실험’으로 맞대응했다. 그러자 미국은 그제 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동해상 북한 쪽 국제공역으로 출격시켰다. 한번에 평양 중심가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전폭기를 1953년 휴전 후 처음으로, 그것도 한밤중에 북한 상공에 띄운 것이다. 트럼프가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파괴하겠다고 공언한 후 불과 나흘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타협을 통한 외교적 북핵 해법은 급속도로 줄고 군사 충돌 가능성은 한껏 높아졌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감행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할 수 없다. 이러한 미증유의 위기상황을 맞고도 정치권이 시민의 안보불안을 불식시키기는커녕 ‘정치보복’이니 ‘정치쇼’니 하는 논란으로 날을 새우는 건 말이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입장에서 정부를 비판하자면 한이 없지만, 때와 정도가 있다. 지금은 정부의 잘못만 따질 게 아니라 평화를 유지할 대책부터 찾아야 한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케케묵은 안보관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정부의 대화 해법을 비현실적인 대북 유화책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5당 대표 회동에 연이어 불참하겠다는데 당내에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러고도 안보 정당이라고 자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여권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협치 이외에는 대안이 없음을 절감했다.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면 이번 정기국회도 아무 소득 없이 내내 공전할 수밖에 없다. 더욱 진솔한 태도로 홍 대표 등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의 모습은 선조들이 구한말과 해방 후 국제정세에 어둡고 민족의 역량을 한데 모으지 못해 나라를 식민지로 전락시키고 분단을 맞은 때와 하등 다를 게 없다. 말로는 안보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면서 안보를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당 대표 회동이 반드시 성사되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합의를 해야 한다. 안보위기에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협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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