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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지방자치의 재도약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제2국무회의 신설, 지방이양일괄법 제정, 주민 직접참여 확대 등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도지사 출신인 이낙연 총리가 앞장서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52년 전쟁의 와중에 지방의회를 도입했고, 1960년 제2공화국 출범 이후 전면적으로 지방자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1961년 쿠데타로 군사정부가 수립되면서 오랜 동면기를 보내야 했다. 1991년 30년 만에 지방의회를 재가동하고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면서 주민들은 지방자치 부활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중앙집권의 장벽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행정학 이론이나 국내외 사례가 역설하듯이 지방자치는 굿 거버넌스를 촉진하는 최고의 제도적 장치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의 유럽식 단체자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 자율의 영·미식 주민자치에 비해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미약한 편이다.

우리는 역대 정부의 지방분권 노력이 일극체제라는 경로 의존에 함몰되어 이벤트로 전락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해 왔다. 실제로 세종시나 혁신도시의 부진도 기득권의 반발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지방분권에 기반한 특화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가 요구된다. 일례로 교육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국립대학 연합체제의 구축이나 지역 혁신체제의 중핵인 연구기관의 강화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이나 스위스의 주민자치에 대한 벤치마킹이 우리의 역사제도적 특성에 비추어 과도하다면 유사한 발전경로를 경험한 독일이나 일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들은 위계적 정부 간 관계에도 불구하고 지방 무대의 성공이 중앙 진출을 담보하는 공존과 협력의 거버넌스를 구현해 왔다. 물론 우리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중앙 진출은 자력보다 발탁에 의존해 왔지만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도 연륜이 쌓이면서 중앙부처나 세계 각국이 부러워하는 우수 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둘러싼 정책 결정에 도입한 공론조사도 서울특별시의 선구적 활용에 기인한다. 또한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명품 지하철에는 버스나 택시보다 공공성을 중시하는 지방공기업 임직원들의 헌신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치나 행정에 대한 뿌리 깊은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수백을 상회하는 지방자치 무대 곳곳에서 표출된 불협화음이 연일 언론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획일성이 연출한 하모니에 대한 편향을 탈피해 다양성의 불협화음을 수용하는 전향적 자세로 뒤이어 제시할 ‘4대 자치권’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첫째, 자치입법권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와 의원들의 자기성찰이 요구된다. 집행부에 필적하는 의회의 전문성 확보나 의원들의 신중한 언행을 결부시키는 방식으로 확실한 입법역량을 창출해야 한다.

둘째, 자치재정권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8 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6 대 4까지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세의 지방세 전환에 부가해 일본에서 활용한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해 도시인들의 고향의식에 호소해야 한다.

셋째, 자치조직권 강화를 위해서는 행정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자율적 조직 재설계를 토대로 굿 거버넌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장이나 시민사회에 대한 규제개혁만큼이나 중요한 정부 간 관계의 규제개혁을 통해 상향식 문제 해결을 독려해야 한다.

넷째, 자치행정권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사무의 지방 이양이 필요하다. 핀란드처럼 자치단체의 능력이나 필요에 따라 행정권한을 차등해 부여하거나 그동안 중앙정부가 독점해 온 경찰이나 복지 업무에 대한 지방의 독자적인 관할권도 허용해야 한다.

<김정렬 대구대 교수·도시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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