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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27일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두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다. 이들은 명품 등을 들여오면서 대한항공 회사 물품인 것처럼 속여 세관에 신고하지 않는 수법 등을 동원했다. 밀수액은 고가의 소파와 탁자·욕조, 반지·팔찌에서 그릇과 과일까지 1193품목에 걸쳐 7억2000만원어치나 된다. 이들은 ‘국내에서 샀다’거나 ‘선물 받았다’면서 증빙자료도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한항공 직원 2명도 총수 일가의 밀수를 돕다가 공범으로 함께 고발당했다.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을 ‘밀수 조직’으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9월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이자 세계 굴지의 항공사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항공사이기도 하다. 모범을 보여야 할 총수 일가가 밀수까지 했다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진그룹 일가의 일탈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에서 출발해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물벼락 갑질’과 이 이사장의 ‘직원 폭행’을 거쳐 밀수까지 확대됐다.

이번에 총수 일가의 밀수 사실을 앞다퉈 제보한 이들은 전·현직 직원들이었다고 한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인데 직원들마저 총수 일가에 등을 돌렸다. 그동안 직원들을 온당하게 대하고 일을 적법하게 처리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총수 일가의 범죄 사실이 명백한 데다 안하무인식으로 회사를 경영한 후과다. 직원들은 그룹 총수 일가의 목불인견 행태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조사도 ‘조씨 자매가 인터넷쇼핑으로 산 명품이 해외지점에 배송되면 대한항공 1등석에 실었다가 직원이 세관신고 없이 국내로 반입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제보가 쏟아져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밀수임을 입증할 증거들이 차고 넘치는데도 총수 일가가 발뺌하는 것을 보면 죄의식조차 없는 것 같다.

사법당국은 일벌백계로 다스려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총수 일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또한 밀수가 장기간 이어진 데는 한진그룹과 세관 간의 커넥션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놓쳐선 안된다. 관세청은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세관직원에 대해 비위 사실이 확인돼 징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철저히 조사해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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