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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황금돼지의 해

opinionX 2018. 12. 31. 10:46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돼지만큼 제물(祭物)로 많이 사용된 가축도 드물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추수의 신, 고대 그리스인들은 곡식의 신 데메테르에 공양물로 돼지를 바쳤다. 로마시대에는 돼지와 함께 양과 소를 산 채로 바치는 종교의식이 행해지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집에서 기르는 ‘육축’ 가운데 제사에 소, 양, 돼지 고기를 가장 중요시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 조상들도 마찬가지다. <삼국사기>에 ‘고구려는 항상 삼월 삼일에 낙랑의 구릉에 모여 사냥하고 돼지와 사슴을 잡아 하늘과 산천에 제사한다’는 기록이 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산돼지가 조선시대에 제물로 쓰였다고 한다.

그러나 종교적인 이유에서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슬람에서는 돼지를 정결하지 못한 동물로 여겼다. 이슬람의 경전 <쿠란>에는 여러 차례에 걸쳐 돼지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썩은 고기, 피와 함께 돼지고기는 금지된 음식이다. 이는 발굽이 없고,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가축을 금지하는 유대교 전통에서 왔다고 한다. 유대교에서는 소, 산양, 양 등은 먹어도 되지만, 발굽은 있어도 반추하지 않는 돼지를 금기 대상으로 삼았다.

돼지는 편견도 많다. 배가 불러도 계속 먹는다, 더럽고 지능이 낮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돼지는 일정한 양을 채우면 그 이상 먹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공간이 충분하면 잠자리와 배변 장소를 가릴 수 있고, 지능이 개보다도 높다고 한다. 돼지우리 주변이 습하고 더러운 것은 돼지의 땀샘이 발달하지 못해 수분을 소변으로 배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9년은 기해(己亥)년, 돼지의 해이다. 그것도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동양문화권에서는 하늘을 뜻하는 천간(10개)과 땅을 뜻하는 지지(12개)를 조합해 그 해의 이름이 정해진다. 오행에 따르면 기(己)는 황색을, 해(亥)는 돼지를 뜻한다. 12년 전인 2007년은 정해(丁亥)년이었다. 정(丁)은 붉은색을 뜻하므로 ‘붉은 돼지의 해’였다. 당시 황금돼지의 해라며 열을 올렸는데 짝퉁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운수가 좋은 해라면서 출생률이 높았다. 진짜 황금돼지의 해가 온다. 풍요롭고 다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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