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 입찰 때 대형 건설회사들이 담합한 사실을 확인하고 5일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20여개 건설회사 가운데 현대건설 등 12개사의 혐의가 드러나 1000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담합을 주도한 일부 회사와 담당 임원은 검찰에 고발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DB)



공정위 조사 결과 대형 건설회사 담당자들이 음식점에서 여러차례 모여 누가 특정 공사구간을 맡을지 미리 정한 다음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15개 공사구간을 건설회사들에 골고루 배분하고, 실제 입찰 때 나머지 업체들은 들러리를 섰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건설공사 담합 수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밝힌 바에 따르면 15개 공사구간의 총 낙찰금액은 4조1000억원으로 낙찰가가 예정가의 93.4%에 이른다. 일반 경쟁입찰의 낙찰가가 예정가의 65% 수준임을 고려하면 공사비가 1조원 넘게 뻥튀기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담합의 줄거리는 이미 200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석현 민주당 의원에 의해 폭로됐다. 당시 이 의원은 “4대강 턴키 공사와 관련해 입찰금액 차이가 거의 없어 담합의혹이 짙다”고 밝혔다. 그는 한달 뒤 “6대 대형 건설회사들이 2009년 5~6월 서울 시내 호텔 등에서 수차례 회의를 열어 15개 공구를 나눠 맡기로 합의했다”고 폭로를 구체화했다. 공정위는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고, 당시 정호열 위원장도 “담합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해인 2010년 2월에는 공정위 국장이 건설회사들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조사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2년8개월 만에 담합 사실을 공표하고 제재에 나선 것에 정치적 의혹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증거확보 등 조사의 실무적 어려움을 거론하는 모양이지만 4대강 공사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차질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사실상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입찰 결과를 보면 공사구간은 건설회사에 골고루 배분됐고 낙찰률은 이례적으로 높았다. 현대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이 대통령이 이런 입찰 결과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리 없다. 결국 4대강 사업을 예정된 시간 내에 마치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건설회사의 담합을 방조한 혐의가 짙다. 이제 공사는 다 끝났고, 이 대통령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임기 내에 털고 가자’는 속셈인가.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