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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여성들에게 성폭행과 성고문을 자행했다는 정부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10월31일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 및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인권 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5·18 직후부터 민간단체 등에서는 계엄군의 성폭행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38년이 지난 지금에야 뒤늦게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1월 1일 (출처:경향신문DB)

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자에는 여대생, 직장인, 주부는 물론 10대 여고생까지 포함돼 있다.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여학생, 임신부 등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도 다수 확인됐다.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입은 다수의 군인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연행된 여성들은 수사과정에서 속옷 차림으로 대검으로 위협받거나 성희롱을 당하는 등 성고문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피해자들이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평생의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고 있고, 일부는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한 피해자는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고 호소했다니 피해자들이 수십년 동안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았는지 짐작이 된다.

조사단은 일부 피해 사례의 가해자나 가해자 소속 부대를 추정할 수 있는 진술과 단서를 확보했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해 조사 권한이 없어 더 이상 조사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특히 시간적 제약으로 조사가 마무리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폭력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출범하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몫이 됐다. 진상조사위는 당초 지난달 출범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의 조사위원 추천이 늦어지면서 아직 구성도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조속히 조사위원을 선정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와 보상 등 피해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가해자들을 반드시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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