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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집값 급등에 대한 대책으로 토지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1990년대 초반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였으나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않아서 부동산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토지공개념을 사유재산권 침해, 극단적으로는 공산주의라고 매도하는 주장도 있으나, 여당이나 정부에서 거론되는 것은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좀 더 현실화하겠다는 정도이다. 국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토지공개념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쓰이는 것은 ‘토지가치세제’와 ‘토지가치공유제’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토지가치세제는 토지의 소유를 통해 파생된 불로소득을 조세를 통해 환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효적인 토지가치세제의 도입이 도시개발과 주택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밀려 계속 좌절되어왔다. 따라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토지가치세로 마련된 재원이 어디에 쓰이는지 그래서 서민들의 삶이 어떻게 나아지는지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를 살펴보면 보유세를 부과하여 조성된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쓰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부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보장도 토지가치세의 적절한 사용처일 수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부동산가격 상승이 소득증가보다 가파른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서민에 대한 소득 보조가 주택임대료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토지가치세는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한다.
토지가치공유제는 공동체의 실수요자를 위해 토지를 사용하여 토지를 매개로 한 불로소득의 발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엉뚱한 오해를 받고 있으나 실제로는 공유재산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여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일 뿐이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사회주택을 지역공동체에서 일정량 확보하여 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주택가격이 치솟는 것도 막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살펴보면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단순히 주택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새롭게 공급되는 주택에 얼마나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넣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마냥 늘리기 어렵다면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회주택을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사회주택은 부담 가능한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말한다. 실수요자로 구성된 비영리 사업주체나 지역공동체가 소유하는 공유재산이기에 가능하다. 서울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의 토지를 일정 기간 빌려주는 토지임대부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공유재산도 늘리고 서민의 주거안정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다.
물론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 활성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지역공동체의 서민들이 주택건설비를 마련해야 한다. 초기에 투입된 건축비를 매달 조금씩 갚아나가야 하는데 현재는 토지의 임대기간이 최장 40년에 불과하여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서구의 사례를 보면 토지의 임대기간이 충분히 길어서 100년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 토지를 개인이 아니라 서민들로 구성된 비영리 사업주체나 지역공동체에 빌려주는 방식이기에 장기임대가 공익의 증대로 이어지는 게 가능하다. 이처럼 장기간 임대할 토지를 확보하려면 공공재원이 필요한데 토지가치세를 활용하거나 토지임대부 사업으로 거둬들인 토지임대료를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비영리 사업주체나 지역공동체에 건축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거나 사회주택에 입주하는 서민들에게 주택보증금을 융자해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공급활성화에 중요하다. 사회주택의 활성화를 통해 토지공개념에 대한 오해도 해소하고 시장경제 회복과 소득주도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강세진 |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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