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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툭툭 건드리던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은
새 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
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 선잠이었습니다
박준(1983~)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옛 시간에 엉성했고 서툴렀던 사랑이 가슴에 살았다. 음식을 나눠 먹었고, 또 나른하고 보드라운 시간이 좋았다. 남들만큼 잘살고 싶었다.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소소한 몸놀림만으로도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서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노래와도 같은 빛이 있었다. 새 촉이 나듯이 새로이 올 내일이 있었다. 깊이 들지 못하는 선잠 같았던, 곧 깨고 말았지만 지금은 그리워하게 된 옛사랑의 시간이 있었다. 허름했고, 격랑이 없지는 않았지만,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수두룩했지만, 어설펐지만, 사랑의 느낌이 마음의 탁자 위에 꽃병처럼 놓여 있었다.
지금 사랑의 시간을 살고 있다면, 허밍처럼 즐겁고 상쾌하게 사랑의 시간만을 살 일이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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