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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0일, 한국에서 첫 확진자 발생. 2월11일, 청도대남병원 정신의학과 폐쇄병동 환자 102명 중 40여명의 발열 증상에도 코로나19 검사 하지 않음. 병원 밖 31번 환자 발생 소식에 18일 무작위로 2명만 검사. 19일 폐쇄병동 환자 ㄱ씨(63·무연고자) 사망(사후확진, 국내 첫 사망자). 20년 넘게 시설에 갇혀 산 체중 42㎏의 그는 사망 직후 장례 없이 화장. 같은 병동 두 번째 사망자 ㄴ씨(55·여)는, 치료를 위해 10년 넘게 갇혔던 병동을 나서며 “바깥나들이를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빨리 갔다 오겠다”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돌아오지 못함. 27일 현재 폐쇄병동 환자 102명 중 101명 감염, 7명 사망. 장애인과 노인 등 집단수용시설에 대해 보건당국은 봉쇄와 감금을 핵심으로 하는 ‘코호트 격리’ 고수. 예천 ‘극락마을’, 칠곡 ‘밀알사랑의집’,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 등 집단수용시설에서 확진 판정이 이어지고 있음.  

공중보건과 전염병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등장이 재앙의 서막이라고 경고하면서, 바이러스 재앙의 근본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라고 설명한다. 환경 변화로 서식지에서 쫓겨난 동물들이 인간과 접촉하는 횟수가 늘었으며, 과거에는 낮은 온도에서만 발견됐던 일부 병원균들이 점차 따뜻한 기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야생동물 중 상당수가 빙하의 해빙, 대형 산불,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감염에 더 취약해진 상태에서 인간과 가깝게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일요신문 1월31일자에서 발췌). 

한편,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이 ‘보통’ 이상이다. 요즘 대체로 ‘좋음’이었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2월3일부터 16일까지)에 비해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5%, 이산화질소 배출량은 36%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장 조업 중단과 교통 통제 덕이다(경향신문 2월21일자). 아마도 당분간 같은 경향일 거다. 

경기둔화가 걱정이라고 하지만,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생태파괴로 여겨지는 코로나19는 인류가 나아갈 길이 ‘탈성장’임을 강변하고 있다. 나눠 먹을 작정을 하면 같이 살고, 아니면 순서만 다를 뿐 죽음의 길을 계속 내닫는 거다. ‘STOP’하지 못하는 인류에 맞서 자연이 강제하는 파업이며, 세상의 맨 끝에 선 예언자들이 죽음으로 외치는 단말마다. 

지구에 인간보다 더 고등한 생물종이 있어 인간종을 지배한다면, 작금의 코로나19 상황에서 그 고등종은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종을 살처분하고 생매장할 거라는 상상을 했다. 인간종이 가축에 번진 바이러스 때문에 소와 돼지와 닭들에게 했듯이.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중심·성장중심의 과학기술, 과잉생산과 과잉소비, 이에 공조한 우리들의 일상이 만든 인과응보다.

맨 끝자리에서 봐야, 사회가 나아갈 길이 제대로 보인다. 

하룻밤을 꼬박 폐쇄병동 첫 사망자의 원혼에 붙들린 듯,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아팠다. 원혼이 내 안에서 웅얼거린 말은 “이제야 내 명복을 빌지 마라. 내 혼을 달래지 마라. 나를 먼저 죽인 너희의 과학과 편리와 발전, 효율과 무관심, 은혜롭고 풍요로운 일상이, 결국 너희도 죽일 것이다. 너희와 자손들의 죽음을 미리 애도하라”였다. 

인류의 종말은 우리 안 가장 끝자락에서부터 이미 시작됐다. 초유의 사태는 더 큰 혼돈 속에 거듭 갱신될 것이다.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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