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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어떤 작은 일터의 이야기, 아니 그 일터 노동자들의 800일이 넘는 치열했던 투쟁을 소개하려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사회적 파업’과 ‘노동의 사회적 연대’라는 화두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25일 옛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노조와 이 병원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청주병원이 고용승계에 합의하자 노조원들이 포옹하고 있다. 이 병원은 전 위탁운영자가 노조와 갈등을 겪다가 지난해 6월 5일 운영을 자진 포기, 임시 폐업했다. 옛 노인병원 노조는 지난해 5월부터 노동 조건 개선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청주시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다. 연합뉴스
이 곳은 청주시가 157억을 들여 만든 시립병원이자 ‘사회복지시설’인 청주시노인전문병원입니다. 가난한 노인들을 포함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을 위한 전문병원입니다. 근데 청주시는 이 병원을 건립후 민간병원에게 바로 위탁합니다. 게다가 조례를 보면 청주시 관리감독 권한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병원 폐원도 운영자가 판단합니다. 이렇게 위탁과 수탁을 거듭하면서 의료공공성은 훼손됩니다. 병원 수탁자가 바뀔 때마다 근로계약서를 써야하는 고용승계불안은 물론이고, 날로 열악해지는 처우와 근로형태 개악은 결국 환자 돌봄 서비스의 악화로 나타납니다.
청주시노인병원은 노동문제와 의료 공공성이 어떤 관계인지 보여주는 본보기입니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악화되고 그들의 노동권이 훼손되면 노동은 불안정노동이 됩니다. 그리고 불안정노동이 늘어날수록 사회안전은 담보되지 않습니다. 사회 안전은 갈수록 사회의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아닌 공포정치와 공권력에 의해 유지되게 되는데, 저는 그런 사회가 바로 ‘헬조선’이라 봅니다. 2013년 10월 노동자들은 위탁경영, 고용승계 불안, 의료의 질 저하등 문제를 제기하며 노조를 설립하고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병원 측은 징계와 임금체불, 해고를 반복하다 결국 적자 운운하면서 위탁포기선언을 하고 병원을 폐원하자고 하고, 청주시는 그대로 수용하고, 작년 6월6일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됩니다.
청주시노인병원은 진주의료원에 이어 또하나의 공공병원 폐원이자 이 나라 공공병원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메르스앞에서 우리는 ‘의료 공공성’과 ‘공공병원’의 존재이유를 절감한 바 있는데 이 사회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지요. 하지만 여기 반전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복직투쟁을 미루고 시조례 개정부터 해야겠다고 결의했고, 그들의 투쟁과 사회단체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조례는 지난 연말 개정됐습니다. 실업급여도 끊기고, 투쟁기금이 바닥이지만 그들은 싸웠습니다. 그래서 이 파업은 사회적 파업입니다.
새로운 수탁자가 선정되고 투쟁은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오롯이 노동자들의 해고 철회투쟁이기 때문입니다. 참 이상하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두고 싸우면 우리는 그것이 노동자가 해야할 투쟁이 아닌 것처럼, 심지어 반사회적인 것처럼 여깁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공장밖’ 이슈들에 관심가지고 연대하라 합니다. 자신들 이해는 접고, 노조 조끼를 벗고, 생활세계의 이슈들에 함께하라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노동자들이 해야 할 사회적 투쟁일까요? 노동자들이 우선해야 할 투쟁은 공장, 자기 일터의 문제로부터 사회적인 의미를 끌어내는 투쟁입니다. 자신의 파업이 당사자만의 개별적인 투쟁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향해 나아가는 파업이야말로 진정 사회적 파업입니다.
청주노인병원 노동자들의 ‘사회적 파업’은 자신들만의 투쟁이 되었을 때조차 유지되었습니다. 7월19일 회사가 신규채용으로 조합원들을 선별복직시키겠다며 일방적으로 ‘채용공고’를 내자 노조는 선별복직을 거부하고 모든 조합원 복직와 노조 사수 원칙을 견지했습니다. 849일 투쟁, 445일 노숙투쟁속에서 이 결단,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7월 25일 조합원 전원복직을 위탁병원 및 청주시청을 상대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노조의 집단적 권리를 개별화하고 개인화하는 자본에 맞서서, 그들은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사회적 파업’을 완성했습니다. 더구나 자신들의 투쟁의 사회적 의미를 지키면서 말입니다.
노동자의 파업은 사회적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노동자 파업의 사회적 의미에 공감하고, 사회적인 연대를 표합니다. 2011년 희망버스가 그리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파업에 대한 사회적 연대를 원칙으로 삼아, 2011년 희망버스이후 파업기금을 사회적으로 조성하여 청주시노인병원노조등 열악한 노동자투쟁에 지원해온 ‘사회적파업연대기금’ 5주년도 함께 축하하고 싶습니다.
권영숙 | 노동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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