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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여성의 출산 의무’라는 시대착오적 발언이 튀어나왔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 “아직 미혼인 것으로 아는데,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출산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자처럼 정말 훌륭한 분이 그걸 갖췄으면 100점짜리 후보자라 생각한다. 정말 본인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 달라”고 말했다. 출산을 여성의 국가적 의무로 몰아간 것이다. 이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의 자질, 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인데, 결혼이나 출산문제는 전혀 관련이 없다. 후보자가 남자라도 이런 발언이 나왔겠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한국당은 유난히 출산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산장려금 2000만원과 지원금 1억원을 지급하자는 ‘출산주도성장론’을 주장해 지적받은 게 꼭 1년 전이다. 당시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국가주의적, 파시즘적 발상이다” “복지 확대와 증세는 거부하면서 ‘돈 줄 테니 아이 낳으라’고 독촉한다. 여성의 현실을 우롱하는 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순간의 실수, 헛소리라고 넘어가기엔 5선의원, 원내대표라는 타이틀이 가볍지 않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복해서, 당당하게 얘기하는 통에 ‘출산 애국’이 마치 한국당의 당론처럼 여겨질 지경이다.

‘저출산’이라는 용어가 여성에게만 부담을 준다는 지적을 받고 ‘저출생’으로 바꿔 쓰자는 제안이 나온 게 한참 전 일이다. 저출생 현상에 백약이 무효인 상황. 결혼도 아이도 싫다는 당사자들의 마음을 읽고 노동·양육·교육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는 비싼 깨달음을 얻은 정부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정 의원이 ‘100점짜리 후보’ 운운하며 언급한 ‘국가 발전’이나 ‘기여’ 모두 적절치 않다. 여성들을 출산의 도구로 폄훼한 ‘마이너스 100점짜리 발언’이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저출생 현상의 진정한 걸림돌이란 사실을 그는 알고는 있을까.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정 의원의 젠더 감수성이 이 정도라니 한심하다. 야당에도 조 후보자와 비슷한 상황인 여성들이 존재할 텐데 그들에게는 뭐라고 했을까. 궁금하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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