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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여년 전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에는 ‘요즘 것들’의 버릇없음을 탄식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기원전 1700년 수메르의 점토판에도 ‘요즘 애들’을 나무라는 폭풍 잔소리가 발견되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역사 이래 인류가 고민해온 숙제일 터이다.

수고했으니 저녁이라도 함께하려는 상사에게 막내 사원은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선수를 친다. 그는 이미 검도복으로 갈아입고 준비한 상태다. 야근하려는 팀장이 “저녁 뭐 시켜줄까”라고 묻자 젊은 직원은 음식 대신 “퇴근시켜 주세요”라고 말한다. 팀장은 “라떼는 말이야(latte is a horse)”라는 아재 개그로 쑥스러움을 모면하려 하지만 억지 웃음을 유발할 뿐이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습속을 부끄럽게 하는 상업광고의 장면들이다.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씨(오른쪽)와 90년대생인 경향신문 이유진 기자가 5월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이제 사회 주축으로 진입하고 있는 1990년대생은 이전 세대보다 부유하지 못한 첫 세대로 꼽힌다. 팽창사회를 경험한 기성세대가 수축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 세대를 자신의 기준으로 바라보면 진짜 꼰대가 된다. 1990년대생들은 IMF 외환위기(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를 겪는 앞 세대를 보면서 회사에 충성하거나 열심히 일해도 보답이 없다는 걸 먼저 학습한 세대다. 직장이라는 곳이 안정적인 선택지가 아닌 이상 충성과 소속감, 희생은 그들의 언어가 아니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2015년)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는 베스트셀러가 말하는 바가 있다. 1990년대생 담론을 일으킨 <90년생이 온다>(임홍택)는 이 세대의 특징으로 ‘간단함’ ‘병맛’ ‘솔직함’을 꼽았다.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재미를 추구하고 다른 사람이 불편해한다 해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신세대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0년생이 온다>를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라는 글을 적어 책을 전했다고 한다. 다 함께 그네들이 역사적 ‘별종’이 아닌 이 시대의 ‘요즘 것들’임을 공유하자는 취지일 터이다. 그게 국정과 정책에도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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