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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67도, 동경 133도. 시베리아 북동부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베르호얀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이다. 인구 1100여명에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45도다. 뜨거운 물을 공중에 뿌리면 순식간에 얼어서 눈발로 날린다. 북극권 도시답게 역대 최저 기온은 1892년 2월5일과 7일에 기록한 영하 67.8도이다. 베르호얀스크는 남동쪽으로 600㎞쯤 떨어져 있는 오이먀콘 마을과 함께 사람이 사는 ‘한극(寒極)’ 지역으로 꼽힌다. 여름은 짧고 겨울은 엄청나게 춥고 긴 ‘냉대동계건조기후’로 분류되는 이 도시는 ‘최고 연교차’ 기네스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7월 한여름 평균기온이 16도인데, 1988년 7월25일 37.3도를 기록하며 가장 추웠던 날과 무려 ‘105도 차이’를 낸 것이다.
이 기록이 엊그제 깨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베르호얀스크 기온이 38도를 찍었다. 낮 최고 23~31도였던 같은 날 한국보다 높은 것은 물론이고, 열대지역 한여름만큼 수은주가 올라간 것이다. 시베리아에서 피서를 고민하게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소식을 전하며 북극지역의 기온이 지구상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이상의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활한 시베리아 전역에서 뜨거워지는 징후는 이뿐이 아니다. 모스크바 북부의 북극권 도시 니즈냐야 페샤가 이달 초 30도를 기록하며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고, 시베리아 중북부 차탄가는 예년 평균 6도를 훌쩍 넘는 25도까지 올라갔다. 러시아 기상청 소속 과학자는 지난겨울 시베리아 기온이 평년보다 6도 높아 130년 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고 분석했다.
기후학자들은 시베리아에서 더운 날씨가 열흘 이상 지속되면 산림화재, 영구동토 붕괴 등으로 이어져 환경파괴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크라스노야르스크주 노릴스크의 열병합발전소에서 지반 침하로 연료탱크가 파손되면서 2만1000t의 경유가 유출된 ‘북극권 최악의 사고’가 그 증거다. 22일에는 사하공화국 내 디젤발전소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났다고 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상 고온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뜨거운 시베리아발 기후 재앙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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