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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울산 주민들은 ‘핵쓰레기장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94.8%의 반대표를 던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월성 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핵쓰레기장 반경 20㎞ 안 피해 당사자 주민 의사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올해 1분기, 월성 1~4호기에서 발생한 핵쓰레기 양은 46만5828다발이고 저장용량 대비 저장량은 92.8%이다. 내년 11월이 되면, 임시저장시설은 포화상태가 된다.
정부는 ‘핵쓰레기’ 대신 ‘사용후핵연료’라는 어렵고 애매모호한 단어를 사용한다. 고위험·고비용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폐기된 재처리 기술을 맹신하고, 국민에게 핵쓰레기 위험성을 감추기 위한 의도이다. 현재 한국 24개 핵발전소에서는 750t의 핵연료폐기물이 매년 발생한다. 적어도 10만년 이상, 100만년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쓰레기다. 세상 어디에도 핵쓰레기 영구저장시설 문제를 해결한 국가는 없다. 한국 정부 역시 영구저장시설은 엄두도 못 내고 ‘임시, 임시, 임시’ 저장시설만 늘리는 미봉책을 찾고 있을 뿐이다.
핵쓰레기 영구저장시설, 과연 한국 정부는 해법을 낼 수 있을까. 현재까지 알려진 정부의 계획은 이렇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핵발전과 관계없는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하고, 공론화에 참여할 500여명의 시민참여단을 모집하여, 대략 일주일 단 2회의 종합토론회로 핵쓰레기 영구저장시설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질문해보자. 미래 세대에게 핵발전소 위험을 떠넘겨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이라도 쓰레기통 없는 핵발전소를 언제까지 가동할 것인지,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 핵발전소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시민참여단을 들러리 세우지 말고 정부가 직접 폐쇄를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핵발전소 조기 폐쇄는커녕, ‘탈핵’의 의지도 전혀 없는 현 정부의 정책은 절망적이다. 지난달 공개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핵발전소 발전량 비중은 2030년 31.4%, 2034년 28.6%로 전체 발전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도 핵발전소는 석탄화력발전소와 함께 ‘기저발전’으로 발전의 기반을 이룬다. 핵발전소 조기 폐쇄 계획은 없고, 가동수명 60년의 신규 4기 핵발전소 건설 계획은 포함하고 있다. 핵발전소는 탄생과 죽음까지 생애 전체가 논란이다. 체르노빌, 후쿠시마처럼 핵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다. 경남 밀양 송전탑 사태처럼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 핵쓰레기 저장시설은 곳곳마다 치명적인 분쟁을 일으킨다. 민주적이지 않고, 사회적 비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언제까지 화장실도 없이 먹기만 할 것인가. 핵발전은 구시대 유물로서 폐기해야 할 에너지원이다. 위험사회, 공포사회를 걷어내고, 지금이라도 진정한 ‘탈핵’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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