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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서른 이전에 과거에 급제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대과를 통해 벼슬길로 나가기 위해서는 진사나 생원이 되기 위한 소과에 먼저 합격해야 했다. 소과를 통과해야 성균관 입학자격이 주어졌고 대과에 응시하기 위해 성균관에 300일 이상 출석해야 했다. 보통 전국에서 1만명이 넘는 유생들이 응시해 200여명이 소과에 합격하고 최종 대과 통과 인원은 33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대과 합격연령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었다. 율곡 이이도 13세에 생원시에 합격했지만 대과는 29세 때 급제했다. 퇴계 이황 역시 31세에 등과했다. 흔히 과거제도에 비유되는 사법시험도 평균 합격연령은 20대 후반이지만 30대에 합격을 해도 판검사가 되는 데 큰 흉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시낭인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서른살의 의미는 달라지고 있다. 특히 서울·고려·연세대 등 이른바 SKY 로스쿨의 경우 나이 서른이 넘으면 지원해봐야 헛수고라는 불문율이 생겼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5년간 3개 로스쿨 신입생 중 97.8%(1974명)가 20대였다. 매년 3개 로스쿨 신입생 400명 중 만 30세 이상은 고작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대학졸업 후 집안사정을 고려해 취업을 하거나 잠깐 동안 방황의 길로 접어들면 3개 로스쿨 입학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물론 10대 때부터 한눈팔지 않고 엄격한 자기관리로 로스쿨에 직행한 20대의 노력이 폄훼돼서는 안된다. 하지만 오랜 방황 끝에 스스로 알을 깬 <데미안>의 싱클레어 같은 늦깎이 청춘이 단지 연령 때문에 로스쿨 입학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해선 안된다.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도입 과정_경향DB
3대 로스쿨은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연령차별로 진정을 당하고도 지금까지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다. 심지어 서울대와 연세대는 과태료를 내더라도 자료제출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취지를 생각할 때 20대 엘리트 중심의 신입생 선발이 의도한 결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버드대 로스쿨은 해마다 입학생의 다양한 인적 구성을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2015년 신입생의 경우 63%가 최소한 2년 이상 대학 바깥에서의 활동경험을 갖고 있었다. 국내 로스쿨에도 더 많은 싱클레어가 필요하다.
강진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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