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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지난 7일 경기 의정부시의회에서 단식농성 중인 민주당 소속 정진호 시의원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알려진 20대 남성 유튜버가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난하며 그의 자택 앞에서 공개 스트리밍 방송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주거지 정보가 노출돼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박 전 위원장은 디지털성범죄집단 n번방의 실체를 폭로한 ‘추적단 불꽃’으로 익명 활동을 하면서 갖은 보복 위협을 받아온 터다. 그는 “기어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를 위해 마스크를 벗기까지 수천 번 고뇌했던 이유”라며 “이것은 젊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명백한 테러행위”라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이 사안을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매섭게 비판받고 표로 심판받는 게 민주국가 정치인의 운명이다. 박 전 위원장이 86세대를 비판하고, 당대표 출마 불발에 반발하고, 이재명 의원에 날을 세우는 데 분노하는 이들은 공론장에서 얼마든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 팬덤’은 공론장의 경계를 넘어선다. 신상을 털고 정신적·물리적 위협까지 불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시작된 민주당 팬덤이 최근 흑화되고 있다”(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팬덤에 끌려다닐수록 민주주의는 멀어진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여성 정치인이 폭력과 안전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정치활동을 위협받는 상황은 정치에 참여할 의지를 가진 여성들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는 여성 리더십 확대를 저해하고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지연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는 정당은 결국 고립되기 마련이다. 국민의힘이 극우성향의 태극기부대와 갈라선 것도 고립을 피하고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에서였다.

다행히 이재명 의원이 “박 전 위원장은 우리 당의 중요한 자산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하고 억압하는 것은 이재명과 동지들의 방식이 아니다”라며 강성 지지층에 자제를 당부했다. 당이 나서 영입한 인사가 당원에 의해 안전이 위협받게 된 상황은 폭력적 팬덤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신호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어서는 안 된다. 피해가 발생한다면 결국 팬덤에 올라탄 정치인에게까지 역풍이 미치게 될 것이다.

 

최민영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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