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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일자 지면기사-

‘뽁뽁이’라고 많이 알려진 포장재가 있다. 기포가 완충작용을 하기 때문에 장거리 우편물이나 소포의 포장용으로 사용된다. 부서지거나 상처가 나기 쉬운 제품을 둘둘 말면 웬만한 충격에 끄떡없다. 그래서 이삿짐을 쌀 때 필수 아이템이다. 또 단열에도 큰 효과가 있다. 겨울 창문에 붙이면 냉기를 줄일 수 있다. 다양한 쓰임새에 이를 활용한 테이프, 노끈, 단열 필름, 정전기방지 필름, 포장봉투 등을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도 생겼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용 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비닐 기포를 하나하나 터뜨리는 묘미에 빠질 수 있다. 생각지 않게 은근 중독성이 있다. 이런 재미를 모티브로 한 게임기도 나왔다. 용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알 수 없다.

당초 뽁뽁이는 포장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1957년 미국 발명가 앨프리드 필딩과 마크 차바네스는 기포가 있는 3차원 벽지를 만들었다. 그들은 제품명을 버블랩(당초에는 에어캡)이라고 지었다. 원래 목적인 벽지로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물건 포장용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버블랩의 첫 번째 고객은 IBM이었다. 1960년 컴퓨터 ‘IBM 1401’ 제품을 구매자들에게 배송하는 데 버블랩이 처음으로 사용됐다. 그때까지 기포가 있는 포장지를 본 소비자들은 없었다. 이후 버블랩은 기포가 있는 포장지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 됐다. 1993년 필딩과 차바네스는 미 뉴저지주 ‘발명가 명예의전당’에 올랐다.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품목에 세탁소 비닐, 우산용 비닐, 1회용 비닐장갑, 식품포장용랩과 뽁뽁이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2일자로 입법예고 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이란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폐기물 회수·재활용비용의 최고 1.3배를 물리는 제도다. 비닐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세탁소에서 쓰는 얇은 비닐 커버가 연간 4억장, 1회용 우산 비닐 커버도 연간 1억장이나 된다고 한다. 택배물량 증가와 물품 과대포장으로 뽁뽁이 사용도 급증하고 있다. 택배가 도착하자마나 뽁뽁이는 쓰레기통으로 간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사용이 가장 많은 나라다. 비닐 중독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때가 된 것 같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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