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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아침 서울 최저기온이 30.3도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전날 낮 폭염의 여파가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진 것이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는 서울에서 12일째 이어졌고, 이날은 최저기온이 30도를 넘은 ‘초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났다. 열대야는 부산이 16일째, 여수가 15일째, 광주와 대전은 13일째 계속되고 있다. 전국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불가마나 다름없는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폭염이 올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의 근본 원인이 온난화 때문이라고 하는 만큼 이상 고온현상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더위에는 누구나 고통스럽지만 옥탑방이나 지하·반지하와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버텨야 하는 취약계층이 가장 힘겹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선풍기나 에어컨 등 냉방기구를 사용해야 하지만 전기료가 무서워 제대로 켜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장애인 가정의 경우 냉방시설뿐 아니라 의료장비도 가동해야 하는데 전기료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통상 에너지에 쓰이는 비용이 소득의 10%를 넘으면 에너지 빈곤층으로 보는데, 전체의 8%에 달하는 130만가구가 이에 해당된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여름철 전기료 지원이 2016년 검토됐으나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동안 정부의 에너지 빈곤층 지원은 겨울철에 집중돼 왔다. 냉방보다 난방 연료비 부담이 더 크다고 분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원 자료를 보면 소득 하위 10%의 여름철 에너지 비용은 14~15%에 달해 결코 적지 않다. 올 무더위 속에 온열질환 사망자는 29명에 이른다. 폭염이 재난 상황에 이르면서 전기료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누진제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겨울철에 지급해온 에너지 바우처를 내년에는 여름에도 주는 방안이라고 한다. 사상 최악의 폭염에 에너지 취약계층 대책이 전기료 지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문제다. 그나마 여름철 바우처 제공도 당장이 아니라 내년에 시행한다니 기가 막힌다. 취약계층은 더울 때 더 덥고 추울 때 더 춥게 생활한다. 전기료 지원을 넘어 주거환경 개선을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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