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829년 영국의 광산회에서 시작된 종업원지주제도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1960년대였다. 정부는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상장법인의 신규 발행 주식 10%를 의무적으로 종업원에게 배정하도록 했다. 관 주도의 종업원지주제가 유상취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1971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타계한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신주를 발행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준 경우였다. 직원들이 이익을 함께 나누며 회사운영에도 책임과 보람을 느끼면서 일을 하게 하자는 의도였다. 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프랭클린 자서전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정신을 배운 그는 ‘기업은 국가와 국민의 것’이라는 생각을 평생의 신념으로 간직했다.
기업은 자본가 소유물이 아니며 노동자는 경영에 참가해 이윤을 나눌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1948년 제헌국회에도 존재했다. 대한노총 출신으로 이승만 정권에서 초대 사회부 장관을 지낸 전진한 의원은 “노동자는 ‘노력’을 출자했다는 의미에서 자본가와 다름없다”고 했다. 전진한의 주장은 ‘노동자의 경영 참가는 기업의 이익을 떨어뜨려 취업의 기회를 줄이고 임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논쟁 끝에 헌법에서 경영참가권 조항은 빠졌다. 그럼에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에서 근로자는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는 조항은 제헌헌법(18조2항)에 명시됐다. 전 세계 헌법 어디에도 유례가 없던 이익균점권은 1962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삭제됐고 종업원지주제가 우리사주조합으로 이름을 바꾼 지금 제헌국회 논쟁은 사라진 역사가 됐다.
정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기업 인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근로자복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업의 계속적 운영이 어려운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인수해 고용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법안이다. 노동자의 경영 참가를 넘어 기업 인수를 용이하게 하는 법률안까지 만든 정부가 왜 서울시의 노동이사제 도입에는 반대하는지 알 수 없다. 노동자의 경영 참가와 이익균점을 둘러싼 의원들 간 토론을 역사책이 아닌 20대 국회에서 다시 볼 수는 없을까.
강진구 논설위원
'주제별 > 노동, 비정규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법무부와 노동부도 합법으로 판단한 파업 (0) | 2016.10.07 |
---|---|
[오민규의 노동과 삶]노동조합법이 아니라 파업금지법 (0) | 2016.10.06 |
[황대권의 흙과 문명]농업노동과 착취 (0) | 2016.09.13 |
[이상헌의 삶터 일터]노동의 미래와 ‘어제의 노동자’ (0) | 2016.09.09 |
[사설]양대노총 파업 부르는 성과연봉제 강행 (0) | 2016.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