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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인형뽑기 열풍

opinionX 2017. 3. 6. 11:08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2015년 12월 24곳에서 지난 1월 1164곳으로 급증했다. 가히 열풍 수준이다. 인형뽑기란 세 가닥으로 된 집게(일명 크레인)로 인형을 잡아 올리는 오락이다. 지난 3일 공중파 연예프로그램에서 한 배우는 갖가지 ‘뽑기 신공’을 발휘하며 “인형뽑기가 성취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한때 인형뽑기방은 ‘망한 가게’의 상징이었다. 옷가게 등 소규모 점포가 폐업한 곳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의 통행이 잦은 번화가로 진출하고 있다.

열풍에 따른 갖가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에는 ‘인형뽑기 잘하는 방법’ ‘잠금장치(록) 해제법’ ‘기계 버그 확률조작법’ 등 인형뽑기 노하우가 속속 올라온다. 뽑은 인형을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되파는 ‘신보부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술에 취한 여성이 인형뽑기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가 구조되는가 하면, 중학생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 인형을 훔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에서 열린 제43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가 인형뽑기 업체의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인터넷은 지난달 6일 발생한 ‘인형뽑기방 습격사건’을 놓고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전 서구의 한 업소에서 밤새 인형 210개(210만원)가 사라졌는데, 경찰 조사 결과 2명이 2시간 만에 ‘뽑기 신공’을 발휘해 가져간 것이었다. 이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계를 부순 것도 아니고 규정대로 돈을 넣고 뽑아갔는데 무슨 문제냐”는 주장으로 누리꾼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도 지난해 사행산업은 전년보다 7.7% 증가하며 2년 연속으로 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어떤 활동이든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요행을 바라고 돈을 거는 행위는 모두 도박이다. 젊은이들이 인형뽑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집 주변에서 누구나, 언제나, 재미 삼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소한 성공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물로 상품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아날로그적 감성도 한몫했다. 요즘 ‘탕진잼’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젊은이들이 소소하게 돈을 쓰며 ‘돈을 탕진하는 재미’라는 뜻이다. 인형뽑기 열풍은 탈출구가 없는 젊은이들이 재산을 탕진하며 즐기는 ‘자포자기적 유희’의 한 단면일 수 있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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