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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최된 제46회 다보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논제에 불을 댕겼다. 이후 많은 국가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목했고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1월 특정 질병에 대해 개인 차이를 고려해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정밀의료 계획’을 발표했다. 정밀의료란 개인의 유전체정보와 의료정보, 주변환경, 생활습관 등을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에 연계시키고 분석해 질환의 예방 및 진단, 치료 등 환자 개인별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맞춤의학’이라는 명칭 아래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됐다. 그러나 정밀의료는 이보다 훨씬 더 방대한 데이터와 정밀한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다양한 기술과 기술이 융합하여 더욱 정확하고 정교한 의료를 제공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정밀의료가 헬스케어 산업에 적용될 경우 생활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로 만성질환인 당뇨병의 경우 현재는 증상 발생 이후 획일화된 치료를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밀의료가 헬스케어 시장에 녹아들 경우,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환자를 미리 찾아내어 치료가 아닌 예방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당뇨병 발병 후 발생하는 합병증 및 치료를 위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개인의 건강증진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암에 걸린 환자도 환부 조직에 대한 유전적 분석을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항암제를 선택하여 치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정밀의료의 발전과 적용은 단순히 첨단기술과 융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친화적인 의료 제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된 의료는 10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 지금까지는 선진국의 앞선 의료기술을 따라잡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가속화될 미래의료 산업은 대부분의 국가가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다. 앞선 ICT 기술,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는 의료 인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의료영상 등 미래의료 산업 분야에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빅데이터, 모바일 및 사물인터넷 등 여러 산업과 융합해 발전된 국내 의료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면 헬스케어 산업이 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견인차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상의 개인 맞춤형 의료를 지원 가능하게 하는 정밀의료는 4차 산업혁명 속 헬스케어가 나아가야 할 모습이다. 의학이라는 전문 지식을 첨단기술과 융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눈부실 것이며, 그 성과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먼저 누릴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여러 나라들이 앞다투어 정밀의료 시장을 선점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우수한 인프라와 의료 인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헬스케어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건강 증진과 글로벌 의료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학종 |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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