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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직업의 변천

opinionX 2020. 5. 29. 10:16

일러스트 _ 김상민 기자

한국의 직업은 1만6891개로 파악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8일 국내 일자리를 집대성해 발간한 ‘한국직업사전 5판’에 실린 숫자다. 1986년 첫 직업사전에 실린 1만600개보다는 6291개 늘었고, 2012년 4판이 나온 뒤로는 5236개 많아졌다. 34년간 늘어난 직업의 83%가 최근 8년간에 몰려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 등장한 직업은 8년 새 270개이고, 나머지는 ‘관련직업’이거나 기존에 있다가 새로 발굴된 직업들이다. 

신생 직업은 네 묶음으로 분류된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빅데이터전문가, 드론조종사, 블록체인개발자, 크라우드펀딩마케터, 인공지능(AI)엔지니어, 디지털장의사, 디지털문화재복원전문가, 스마트팜컨설턴트가 새로 생겼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유품정리사, 애완동물행동교정사, 임신육아출산코치가 등장했다. 삶의 질과 세태가 달라지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모유수유전문가, 공유사무실매니저, 온라인평판관리원, 산림치유지도사, 도시마케터, 범죄피해자상담원, 스포츠심리상담사가 출현했다. 달라진 정부 정책을 따라 탄소배출권거래컨설턴트, 사회적경제활동가, 도시재생코디네이터도 신종 직업에 더해졌다. 

종사자가 없어진 직업은 18개였다. 필름이 아닌 디지털로 영화를 찍으면서 필름영화자막제작자나 필름색보정기사가 사라졌고, TV 디스플레이로 쓰이다 2014년 생산이 중단된 플라즈마영상패널(PDP) 연관 직업들도 빠졌다. 한국엔 없지만 해외에서 주목받은 신종 직업도 있다. 벨기에의 괴롭힘방지조언사, 미국의 약물남용상담사와 수중골프공수색원, 일본의 냄새판별사, 인도의 귀지청소전문가 등이 그것이다. 머잖아 한국 직업사전에도 오를 수 있는 직업들이다.

농경사회를 벗어나 1·2·3차 산업혁명이 상용화될 때까지 증기기관은 80년, 전기는 40년, 인터넷은 20년이 걸렸다. AI는 향후 10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한다. 2020년대 직업 변천의 폭이 더 커질 것이란 뜻이다. AI시대에 걱정할 것은 명멸하는 직업 종류보다 내리막길로 갈 수 있는 취업자 수이다. 로봇세나 기본소득 논의가 세계 곳곳에서 움트는 이유다. 코로나19는 그 속도를 앞당기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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