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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청와대의 비아그라

opinionX 2016. 11. 24. 11:35

아스피린은 내복용 살균제로 쓰기 위해 버드나무 껍질 추출성분인 살리실산으로 만든 약이다. 1897년 독일 바이엘 연구소가 살리실산이 심혈관 질환과 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아스피린은 내복용 살균제보다는 해열·진통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한 미녹시딜은 혈압강하제로 쓰였다. 그러다 민머리 고혈압 환자가 미녹시딜을 복용한 뒤 머리털이 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발모촉진제로 정식 승인했다.

미국 화이자사가 개발한 비아그라도 ‘우연이 만들어낸 신약(新藥)’에 속하는 발기부전 치료제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고혈압과 협심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화이자사는 실데나필과 비슷한 성분의 페녹시벤자민이 발기부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에 착안해 1994년 발기부전증 환자 12명에게 실데나필을 투여했고, 10명에게서 ‘효과 만점’이란 임상시험 결과를 얻어냈다. 비아그라는 혈관을 확장해 고산병 증세를 완화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향신문이 어제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비아그라 60정과 복제약인 팔팔정 304정 등 발기부전 치료제를 대량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혈세로 발기부전 치료제까지 구입했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말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고원지대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했는데 수행단의 고산병 치료를 위해 비아그라를 구입했다”고 해명했지만 되레 의혹만 증폭시켰다. 청와대는 아프리카 순방 6개월 전에 비아그라를 구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고산병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아세타졸라마이드 계열의 ‘아세타졸정’ 200정을 별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다른 용도에 쓰려고 구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은 “길라임 대통령이 구입해야 할 약은 ‘하야하그라’” “‘버티그라’도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글을 올렸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에 “‘비아그라 정권’이자 ‘주사파(注射派)’ 정권”이라고 힐난하는 글을 남겼다. 이제 박근혜 정부에 남은 것은 조롱뿐인가.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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