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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뉴욕 사무실 입구.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이번 주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1만명가량의 인력 해고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EPA연합뉴스


빅테크 기업들에 살벌한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상거래업체 아마존은 기술직을 포함해 1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1만1000명, 트위터는 인원의 절반을 이미 해고했다. 올해 인텔 등 약 790개 테크기업에서 12만명이 잘린 것으로 집계된다. 실리콘밸리가 20년 전 ‘닷컴버블’ 기시감에 떠는 것은 당연하다.

감원 칼바람의 직접적 요인은 실적 부진이다. 메타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반토막으로 줄었고, 트위터는 파산 경고까지 나왔다. 아마존은 연말특수에도 4분기 매출 전망이 좋지 않다. 물가 폭등에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소비자와 광고주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코로나19 때 풀렸던 돈이 거둬들여지면서 투자자들도 깐깐해졌다. 거액의 연봉을 들이며 대대적인 인력 채용으로 성장을 과시하는 빅테크들의 전략도 한계에 이르렀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 같은 분위기도 차갑게 식고 있다. 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빅테크들은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이 온라인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면대면 만남이 가능해지자 비대면 메타버스 등은 순식간에 외면받았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미국 5대 빅테크기업 시가총액이 300조원 넘게 증발했다.

이번 빅테크 감원은 내년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조업 ‘블루칼라’ 노동자보다 고소득·전문직 ‘화이트칼라’들이 더 혹독한 감원 칼바람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제조업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 반면 빅테크는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2000년 닷컴버블이 터질 때 수많은 테크기업들이 몰락하면서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고액의 초봉은 물론 두툼한 성과급과 스톡옵션, 공짜 식사까지 제공받아 ‘꿈의 일자리’로 꼽혔던 실리콘밸리의 화려한 잔치가 끝나고 있다. 실직자들은 재취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 얘기가 남일 같지 않은 것은 경제 전반에 불황 그늘이 짙어지면서 감원 바람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시티은행을 비롯한 월가 대형은행들도 최근 감원을 단행한 바 있다. 한국도 내년 고용지표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안전망을 재점검할 때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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