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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붐비는 어느 공중화장실 앞. 화들짝 놀란 아주머니가 남자 화장실에서 뛰쳐나오고 있었다. 영어로 된 남녀 화장실 표시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만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급한 볼일로 들어간 곳이 여자 화장실이 아니었으니 아주머니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창피했을까?

우리나라 화장실 표시는 대부분 영어 및 관련 기호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화장실 사용은 적잖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화장실의 주된 표시는 문자, 그림 상징물, 문자+그림 상징물 등 세 가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문자는 영문자로 화장실을 표시하고 남녀를 따로 구분한다. 그림 상징물은 치마를 그려 여성용임을, 바지를 그려 남성용임을 나타낸다. 문자+그림 상징물은 이 둘을 혼용 표기한 것을 말한다.

이 중에서 영문자로 된 화장실 표시는 다양한데 ‘RESTROOMS’ ‘TOILET’ ‘W·C’ 등이다.

여기에 남녀를 구분하는 ‘MAN/WOMAN’ ‘GENTS/LADIES’ ‘MEN/WOMEN’ 등의 하위 표시가 있다. 그림 상징물로는 드물기는 하지만 생물학적 성 구별 표시(♂, ♀)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화장실 표시는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영문자 표기를 들 수 있다. 화장실이 기본적인 생리작용 해결 장소라는 점에서 본다면, 이들 영문자는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화장실 사용을 어렵게 하거나 포기하게 하는 고통의 문자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도 있다. 국민의 학력 향상과 세계화 시대로 저러한 영어쯤은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까닭으로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튼 이 문제는 우리 언어생활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화장실 표시는 한글로 해야 마땅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한글로 화장실 장벽을 없애야 한다. 한글로 ‘화장실’, ‘남자/여자’로 표시하면 편안하게 들어가 신진대사의 쾌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영문자를 원한다면 한글과 영문자를 병용하면 될 것이다.

<방운규 | 평택대 겸임교수·국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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