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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이|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


그래도 세상은 돌아간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지난주 검찰 수사로 통진당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향신문은 23일자 사설에서 “전방위적 공안몰이로 통합진보당의 존립 기반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비례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명백한 불법행위만을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통진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이른바 당권파 의원들에 대한 제명 절차에 착수하면서 통진당 사태는 새로운 전환점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 사태 말고도 언론이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통진당 사태에 관계없이 세상은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통진당 사태 이후 진보·보수 언론 모두 관점과 내용은 달랐을지라도 연일 1면에서 통진당 사태를 다루는 등 사안의 엄중함을 드러냈다. 언론 보도를 통해 통진당 사태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가려지지 않을까라는 걱정마저 들었다. 사람은 보통 어떤 것에 깊이 관심을 기울이면 나머지 것들에 대해선 무관심해진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 흐름에 따라 중대한 이슈에 천착해 보도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지만 그 때문에 놓치고 있는 사건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다행히 경향신문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 ‘언론사 파업’ ‘정권 비리’ 등 중요한 이슈들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주목해 왔다.

 

통진당 중앙위 결과발표 ㅣ 출처:경향DB

경향은 지난 2월 ‘쌍용차 1000일’ 기획 이후 ‘쌍용차 릴레이 기고’ 등 계속해서 쌍용차 문제를 다뤘다. 지난 2주간 경향 지면에 실린 기사는 총 6개(칼럼 포함, 사진보도 제외)였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송경동 시인, 도법 스님 등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쌍용차 문제가 단지 한 기업의 고용주와 노동자 간의 일이 아니라 ‘사회적 위기’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23일자 10면에 실린 경향 취재진의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의 1박2일 체험기가 눈에 띄었다. 경향 기자들의 1박2일 분향소 체험 기사에 대한 트위터리언들의 반응은 ‘고맙다’였다. 쌍용차 문제에 대해 보수언론 대부분이 침묵하고 있고 여타 다른 언론 역시 쌍용차 집회현장을 중계하는 것에 그친 데서 나온 반향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향 지면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경향닷컴에서 신문 지면에 실리지 않은 사진보도와 취재기사, 주간경향 기사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언론이 해당 사건에 부여하는 뉴스가치와 기사의 지면화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보면 쌍용차 문제에 대한 경향의 관심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경향은 지난 ‘쌍용차 1000일’ 기획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스러운 현실뿐만 아니라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에 대한 핵심쟁점도 함께 짚었다. 그로부터 100일이 넘게 지났다. 사측의 입장과 함께 쌍용차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상황을 다시 전달해 주면 좋겠다.

경향신문은 장기화하고 있는 언론사 파업에 대해서도 계속 주시하고 있다. 23일자 미디어면(10면) 전체에 언론사별 파업현황, MBC 사장의 특혜 의혹, 뉴스 파행 사태 등을 다룬 기사들을 배치했다. 사설에서도 언론사 파업과 관련한 사안을 다뤘다.

파업 언론사 중에서 MBC가 가장 오랜 시간 파업을 진행하고 있고 특히 MBC 사장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따라서 언론사 파업 문제를 다룰 때 MBC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독자 입장에서는 YTN, 연합뉴스 등 다른 언론사들의 사정도 궁금했다. 23일 미디어면 하단에 실린 ‘정부·새누리 방관… 세계 전례 없는 장기파업’ 기사에서 언론사별 파업현황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개괄적인 내용에 그쳤다는 생각이다. 26일자 주말기획에서는 MBC 문지애, 최일구 앵커를 인터뷰한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지난 4월27일과 5월9일에 각각 KBS 정세진 아나운서, 홍기호 PD를 인터뷰한 것과 같이 파업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한 데서 그 의미가 있었다.

‘4대강 비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던 한 주였다. 하지만 지난주 경향신문을 보며 가장 눈길이 간 기사는 24일자 1면 하단에 실린 ‘두 여자… “우린 부부다, 서로 사랑하니까” ’였다. 이 기사가 사회면이나 인물면이 아니라 1면에 배치된 데는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과한 해석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식상한 말이 언론에는 결국 시민의 삶과 권리에 계속해 주목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로 읽히는 것 같다. 이보다 세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이 ‘언론’에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 언론이 새겨야 하는 사실일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경향이 언론이 추구해야 할 근본을 놓치지 않으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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