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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걷고 또 걷는다
기가 막히다. 나원참 정신병원까지 왔다.
퇴원이 기약 없다는 걸 석 달이 다 되어서야 알게 됐다.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다.
‘걷고 걷고’의 악보.
언제 나갈 거라는 걸 알기만 해도 희망을 가질 텐데.
바닷속 깊은 곳에 나? 내 존재? 그리고 공허한 재채기. 내가 한 거다.
방향도 없는 절망…. 반성을 했다.
내가 왜? 내가 한 짓….
정신병원에까지 왔다.
누군가의 푸념 “여기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곳이야.”
나와 내 주변을 생각했다. 면회는?
서로 다른 시차, 내가 기다릴 시간…. 그리고 역시 내가 왜?
구두가 안쪽만 다 닳도록 다녔었잖니.
나갈 기약이 없는 이곳.
그때 그 부질없던 내 손이 기억난다.
내가 한 잘못, 그것은 여러 번의 마약을 한 거다.
마약이란 가족의 행복과 상관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뼈가 저려서 낭떠러지 같기는 하다.
외로움을 동반하고 결국에는 아무도 없다가
힘 없는 선택만 남는 거.
전과가 더해지고 그때마다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예술인에 대해, 예술인은…, 그렇게 말해주고 편들어주기도 했지만
이젠 아니다.
그래도 자존심을 버리지는 않았다
빌렸던 돈들도 모두 갚았다.
고마움을 잊은 거 아니다
그분들을 배신한 거라는 생각이 정신병원에 가서야….
강금실님, 변호사 시절 변호를 참 멋지게 해주신 그분께
정신병원의 허술함을 편지로 쓰려다, 아… 내가 올 곳이니까 오게 됐겠지….
추웠다. 춥다. 벽을 향해 비스듬히 누워 톰 행크스가 주연한
땅굴 폭파하는 은행털이범 그 영화(레이디킬러) 속
기독교 집회에 참석한 한 흑인 노인이 그 이상 없이 행복감에 취해
고잉홈 고잉홈
이라며 노래하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나도 이제 저 노인처럼 되어
집에서 만드는 부침개와 내 가족들….
그러다 상관없는 여기, 차가운 벽을 보며
벽에다 손으로
고잉홈 고잉홈을
썼다.
추웠고
그곳 사람들, 일하기 싫어한다.
훌쩍 오십대 말이 된 사람들은 병원이 너무 힘들어 모두 자살을 기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러다 자살에 실패하면?도 생각했고 서로 의논도 했다.
(그곳의 사람들은 제정신이다가 갑자기 달라진다. 그리고 진실한 사람을 그리워한다. 만지고 싶은 손이, 좋고 싫은 걸 잘 안다)
나는 1년 4개월 17일 만에 퇴원했고
그동안 마약에 취해 못하던 연습을 했다.
기억력이 돌아오고 있었고(내 두뇌의 한 부분을 버렸다. 나는 love of my life의 스펠링도 기억 못했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버린 나머지 뇌는 고스란히 살아서 이 노래 ‘걷고 걷고’를 만들게 됐는데
나는 이 노래가 좋다.
노래할 때마다 내 모든 게 느껴진다
그러나 또 탐내는 인간들,
(제작했다는 이유로 뺏겼다. 뺏긴 거나 다름없다)
그러나 걷고 걷고 걷는다
걷는 모양이 이상해도 걸어야 한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전인권 |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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