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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3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가 개설한 봄학기 강좌를 여는 첫 '오픈 강좌'를 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조국이 조국의 미래를 말하다>. 

조 교수는 20대 청년들에게 "스펙 경쟁에 투자하는 (에너지)의 5%만 공적 문제에 써보자"면서 "20대의 88%가 투표하면 자신의 처지를 88% 바꿀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치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 말이 그나마 먹히는 것은 정당에 가입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서울대 교수라는 지위를 갖고 있는데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솔직한 답변도 있었구요. 
'폴리페서'라고 비판에 대해서는 "저는 법학을 하고 법과 제도는 정치인이 만드는데 오히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우스꽝스러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경향신문이 세상과 만나는 곳, KHross가 조국 교수의 '열강' 전문을 소개합니다. 다음은 강연 후 오간 질문과 답변. 

사진은 참여연대 제공



"어떻게 해야 엄마들이 진보의 편이 될까요." 

제가 법륜스님을 며칠 전에 만났어요. 법륜스님이 이런 말씀 하셨습니다. "우리 세상, 한국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40~50대 주부를 잡아야 한다. 40~50대 주부들은 우리 사회의 모든 모순을 온몸으로 맞서 버티면서 모든 부담을 어깨에 진 사람이다. 40대 아주머니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면 진보든 보수든 안된다." 지금 40~50대 주부가 가진 고통이 뭘까요. 아까 말한 4대 개미지옥입니다. ‘자기와 남편이 어떻게 될 것이고 자식이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것은 자신이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찬 거죠. 이 문제를 제도가 풀어줘야 합니다. 
우리 시민의 모든 생존전략은 야근하고 투잡해서 돈을 많이 벌어오는 거죠. 그런데 벌어와봤자 집값으로, 사교육비로 나가고 가구당 가용 소득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많이 벌어도 집값이 떨어지면 그만입니다. 적게 벌어도 OECD국가 중 60%의 국민들이 국가가 지어준 주택에서 삽니다. 그러면 소득이 늘죠. 그런데  한국의 LH공사는 시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기관인데 장기임대주택 은 요~만큼 밖에 안짓습니다. 우리가 왜 LH공사에 장기임대주택을 50%까지 짓게 할 수 없는지 생각해야 됩니다. 이런 문제를 알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소위 스펙을 위해서 학점, 어학연수 경쟁에 시달리다보니, 사회 돌아가는데 무관심한 학생이 많습니다. 친구들 중에도 돈 많이 버는 게 최고라는 친구가 많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사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방법은 뭘까요." 

첫 질문과 맥락이 같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 사회 20대 청년의 스펙은 단군 이래 최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다닐 때? 해외 나갈 수가 없었어요. 여권 받는 데 오래 걸리고 안기부 가서 교육 받아야 했습니다. 매우 힘들었어요. 고교 때까지 영어회화 수업 받아본 적 없습니다. 원어민을 만나본 적도 없어요. 컴퓨터도 만진 적도 없습니다. 제 20대 스펙에 비하면 지금 20대들이 10배쯤은 잘할 겁니다. 저는 지금 20대들이 갖고 있는 스펙이 10배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상태는 매우 열악하죠. 스펙을 높이면 소수는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절대 다수는 이미 고용시장 자체의 정규직, 비정규직 비율이 달라져서 다수는 그럴 수 없는 겁니다. 다수는 열패감을 갖게 되고 토익 몇점 더 올리자고 하면서 자학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청년 자살율이 급증합니다. 제도적인 문제구요. 

구체적으로 보자면,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지금 박원순 변호사님이 여러 방식으로 청년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걸 한번 들어보고 책을 한번 사봤으면 좋겠습니다. 소위 다들 말하는 스펙만 갖고 (인생을)결정하면 정말 그걸로 결정납니다. 하지만 스펙 관리 차원에서라도 다른 스펙으로 해보라는 겁니다. 다른 스펙에 대해서 박 변호사의 제안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우리 사회의 문제는 사적인 스펙 경쟁으로 해결 안되는 공적 문제가 많습니다. 스펙 경쟁에 투여하는 5%만 공적 문제에 썼으면 좋겠다.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하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50% 밖에 안됐을 겁니다. 88% 투표하면 자신의 처지를 88% 바꿀 수 있을 겁니다.  

"현 정권을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 만난 격'이라고들 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차를 보게 될지 암담합니다. ‘진보세단’을 보고 싶은 정당과 국민에게 어떤 바람이 있는지. 진보개혁진영의 통합 연정이 안되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지, 그를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뭐가 있을지요."

저는 정치를 매우 존중합니다. 야유도 비난도 하지만 저는 직업 정치인을 존중합니다. 그들의 일상생활을 보면 지역 주민 만나고 민원도 들어야 하고 이해관계를 타협해서 법안도 통과시켜야 하고 매우 소중한 직업입니다. 무시하면 안됩니다. 

그런데 통합이 안되는 이유는 뭘까요. 통상 노선 차이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이익 문제와 개인적 사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논쟁을 격령하게 했기 때문에. 이른바 보수정치의 기본 맥은 이익이 같으면 무조건 뭉친다는 거죠. 진보를 얘기하는 사람은 이익보다는 가치의 정치를 합니다. 가치의 정치는 세밀하게 나눠야 해요. 니가 맞니, 내가 맞니... 그러다보면 분열하기 쉽거든요. 저는 진보정치가 보수정치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견이 있지만 연대하고 공유하고 ,차이는 남겨두고 같은 것부터 먼저하고.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노선 차이는 별로 없을 겁니다. 의견 차는 분명히 있죠. 하지만 정당 밖에서 보면 ‘갸가 갸(그애가 그애)’예요. 지금 5개 정당으로 나눠져야 할 가치 차이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치권이 자구적인 노력을 할 겁니다. 정치권도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다 망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뭔가 현실적 자구책을 마련할 겁니다. 냉정한 현실 판단이죠. 

또 밖에서 진보개혁진영 통합 연대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문성근씨의 백만 민란도 있고, 저도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든 ‘무브온’처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가수도 연예인도 아닌데 왜 순회공연을 하고 다니습니까. 요샌 가서 노래도 하고 다녀요. 문성근씨는 왜 장터에서 마이크 잡고 있겠습니까. 이 상태로는 절박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012년에 진보개혁진영이 실패해서 박근혜가 집권하게 되면 2017년까지 제 나이를 생각해보니 어떻게 살지...개인적 스트레스 좀 많이 쌓일 것 같아요. 그러니 힘을 모아서 한번 해보자고 돌아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시작됐다고 봅니다.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제가 책 내고 순회공연하고 하는 것이 제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정치권 밖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1년 정도 꾸준히 모이면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북유럽 국가처럼 ‘동일노동·동일임금’이 한국도 가능할까요? 복지와 노동을 중시하는 국가를 하려면 국가재정이 파탄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복지·노동 친화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극복이 가능한지."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 정말 심각하다고 봅니다. OECD에서도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이 너무 높아서 줄이라고 권고한 적이 있습니다. 현대차 공장에 가보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양의 노동을 합니다. 소나타가 지나가면 양쪽에서 바퀴를 붙이는데 조끼 색깔이 다릅니다. 한쪽은 다른 한쪽 임금의 절반을 받습니다.  비정규직은 비정규직하고만 결혼하고 정규직은 정규직하고만 결혼한다고 합니다.  신분이 되고 있는 거죠. 공장지역의 유치원, 유아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이와 정규직 노동자의 아이가 따로 노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실제 있는 일입니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통합은 없습니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봅니다. 정규직으로 한꺼번에 다 옮겨지면 신규채용이 불가능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아버지, 삼촌 세대는 정규직이 되도 아이세대는 정규직이 안되고 한참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북유럽도 모두 정규직 신분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고 임금이 같은 것입니다. 각종 복지시설이나 보너스는 없죠. 그래도 노예제 같은 문제가 해결되기 떄문에 우리도 빨리 법을개정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무상급식, 무상의료 같은 ‘3무 정책’ 외에 노동법 개정을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봅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는 복지가 없습니다. 노동이 있는 복지로 가야 합니다. 진보진영이 4월 총선에서 다수파가 된다면 노동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제가 재정 전문가는 아니지만 복지 하려면 돈이 필요하죠. 돈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증세하는 것인데, 모든 시민은 증세를 싫어하고 복지는 많이 받길 원합니다.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죠. 증세를 먼저 얘기하면 조세 저항에 부딪쳐서 안뽑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북유럽도 그랬습니다. 이 국가들은 일단, 현재 가능한 세금을 재정개혁으로 확보해서 여러 복지 정책 중 하나를 확 실현해버립니다. 그런 다음 국민들에게 내가 낸 세금으로 좋은 일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한 뒤에 다음 단계의 복지를 하려면 세금을 몇 % 올려야 한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증세할 때는 (세율을) 위쪽(소득이 높은 쪽)을 높게 아래쪽은 작게 해야겠죠. 
선대인씨의 <프리라이더>라는 책을 보면 증세하지 않아도 현재 재정구조로 몇조원의 돈이 남는지 입증한 것이 있습니다. 복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서도 재정개혁을 안하겠다는 얘기라고 봅니다.  


" "조국 교수 당신 역시 폴리페서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 있다면 어떻게 얘기하겠나." 

2가지 질문인 것 같다. ‘너가 (정치)해라’..그런 얘기 많이 듣죠. 제 선·후배 중에서도 직업 정치인이 많습니다. 저는 그동안 의도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얘길 공개적으로 해왔습니다. 저에게 이런 조언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 교수, never  say no.’ 무조건 말하지 말라는 현실적 조언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의도적으로 (정치)안한다고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정치권에서 먹히고 시민들이 들어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당에 가입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당에 가입하면 ‘쟤, 총선 준비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겠죠. 그러면 제 목소리가 n분의 1로 줄어들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제 말이 좀 먹힌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저는 서울대 교수라는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가진 자라고 생각합니다. 감옥에 갔다온 적도 있지만 다 벌충받고 보충받았습니다. 그래서 의원이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폴리페서 얘기는...제가 '설레발치고' 다니니까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이 직격탄을 날렸더군요. ‘대 동아일보’에서 조국 교수에게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ㅎㅎ일단, ‘폴리페서’라는 정의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폴리페서’는 아마 학교에서 강의도 제대로 안하고 논문도 안 쓰면서 비례대표나 지역구 얻으려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비난한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의미에서 제가 그렇게 행동한 적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 지식인 중 저는 법학을 합니다. 법과 제도는 정치인이 만듭니다. 정치에 관심 없다고 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얘기라고 봅니다. ‘폴리페서’라고 하는 비판에 대해서는 ‘제가 나이가 이제 40~50이 넘어서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반 MB 연대’를 위해 시민들을 각성시키려면 뭐가 가장 중요하고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너무 큰 질문이어서 딱 맞는 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은 못하죠. 각자 자기가 하는 일이 있을 텐데 짬을 내서 정당이나 시민단체 회원가입을 하거나 강좌에 가보거나...이런 데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 시리즈 강좌를 한번 들어보는 거죠. 그러면 사람도 만나게 되고. 

작게 시작하다보면 세상은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에서 부처님이나 하나님이 뚝 떨어져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거든요. 작은 노력이 세상을 해결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것, 자원 봉사든 뭐든 지금 이 자리에서 한걸음만 내딛어보는 겁니다. 해보다가 자신감 있으면 한걸음 더 나가면 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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