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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변의 연속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비핵화 선언,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금지의 영역을 벗어났다. 상상불허다. 나는 지난 칼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위험한 인물이라고 쓴 적이 있다. 지금은 두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또 트럼프에게 노벨 평화상에 도전하라고 쓴 칼럼도 수정한다. 문재인 대통령, 김 위원장과 공동수상에 도전하라고 말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준비 접촉 때 판문점에서 만난 북한 인사에게 인터뷰를 주선해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뉘기와 하고 싶다고?”라고 물어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대답했다. 한참 만에 벌어진 입을 다문 그가 말했다. “동무 간이 크구먼.” 궁금한 게 너무 많다. 특히 김 위원장에게 그렇다. 전쟁 위기에서 평화를 꿈꾸게 한 역사적 결단이 어떻게 이뤄졌을까. 그가 생각하는 북한의 미래, 한반도의 미래는 무엇인가. 직접 묻고 답을 듣고 싶어 가상 인터뷰를 했다.

- 제재를 견디다 못해 비핵화 선언한 건가. 평양도 낮에는 전기가 끊긴다던데.

“누가 그런 유언비어 퍼뜨리고 다닙네. 평양에 직접 와서 보라우…. 내가 결단한 거는 평화로운 조선반도,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서디. 물론 제재가 영향이 없다면 거짓말이디. 고난의 행군 때처럼 죽기 살기로 버틸 수도 있디만 핵·경제 병진을 약속했는데, 또다시 인민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디.”

- 애초 핵개발하지 않았으면 될 일 아닌가.

“기자 선생, 도대체 국제정치를 알기는 하나? 핵 없었으면 미국이 조선을 쳐다보기라도 했을까? 속절없이 제재만 당했을거야?”

- 남한과 미국을 믿는가. 두렵지 않나.

“국가관계는 필요의 산물 아니갔나? 남쪽엔 평화 원하는 정권이 들어섰고, 저성장 경제 타개책도 필요하지 않나? 트럼프는 중간선거 돌파구가 필요하지. 본토 공격 가능한 조선 핵에 불안감이 크고 자존심도 상하고. 그리고 선생한테만 하는 말인데, 핵은 폐기해도 기술은 남지 않갔어? 수틀리면 몇 개월 안에 다시 핵무력 갖출 수 있디. 독일과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도 기술력이 남아 있어서 그렇게 빨리 재도약할 수 있었디 않아? 하지만 중요한 건 믿음이디. 서로 신뢰하면 핵이든 재래식무기든 왜 위협이 되갔어?”    

-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 못하면 양측 지도자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나 개인과 공화국 운명이 걸린 담판인 걸 잘 알고 있디. 트럼프도 모르지 않을 거고. 실패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임할 생각이디.” 

- 재래식무기 불사용 선언도 했는데, ‘미제를 몰아내고 남조선을 혁명한다’는 조선노동당 규약 및 혁명노선과 배치되지 않나.

“당 규약에 있다고 반드시 실천하란 법 있나? 그럼 남쪽은 왜 헌법 3조(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규정)를 실천하디 않디?”      

- 문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나.

“내래 문 대통령을 믿디. 죽 지켜봤지만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의 의지를 갖고 안팎의 비판에도 흔들림 없이 걸어왔디. 언행이 일치되는 액면가 지도자이고, 뿔난 망아지 트럼프를 다룰 줄 아는 영리함도 갖췄디. 틈만 나면 트럼프를 칭찬하지 않아? 그러니 트럼프도 문 대통령을 욕할 수 없지비. 자존심 안 굽히고 주장 관철시키는 재주도, 함부로 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디. 트럼프가 아베는 막 대해도 문 대통령에게는 정중하디 않아?”

- 남쪽 보수세력은 핵무기 대량생산을 위한 북한의 시간벌기쇼라고 비판하는데.

“이미 핵무력 완성했는데 무슨 시간벌기? 내래 이 말은 꼭 하야갔어. 남쪽 보수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기집단이디. 보수정권 땐 누가 내려가도 환영 일색이더니 지금은 절대 안된다고 난리쳐대지 않디 않아? 이명박은 천안호 사건 발생 두 달 만에 정보원(국정원) 고위급을 평양에 보내 북남 수뇌회담 하자고 졸라댔지. 연평도 사건 발생 12일 만에 우리 사람이 서울에 갔지. 박근혜는 돌아가신 장군님을 존경한다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어? 천안호·연평도 유족은 왜 이명박·박근혜에게 항의하지 않는지 료해가 되지 않는다.”

- 보수세력의 말을 믿는 사람들도 있다.

“걱정 말라우. 트럼프만 설득하면 다 따라오게 돼 있어. 이번에도 트럼프가 수뇌회담 응하자 홍준표 빼고 다 환영했디 않아?” 

- 말 나온 김에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해 말해달라.

“고저 북남관계 해치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갔어. 언젠가는 말할 날이 오갔지.”

김 위원장이 정말 이렇게 말할지 궁금하다. 이 자리를 빌려 인터뷰를 요청한다. 한국 기자라면 누구나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소망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인터뷰를 한다면 한국 언론과 먼저 했으면 하고 가급적 그것이 나였으면 한다. 긍정 답변을 기대한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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