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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2008년 자신에게 성추행당했다는 한 여성의 주장이 제기되자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 의원이 당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퇴할 경우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본격화 이후 현역 의원의 첫 낙마 사례가 된다. 문화예술계의 고은 시인·이윤택 연극 연출가 등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정봉주 전 의원 등 진보진영 인사들을 향해 미투가 집중되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에선 이를 틈타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더니 부메랑을 맞았다’는 식의 공세를 퍼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10일 자신을 겨냥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나오자 의원직에서 전격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의원은 이날 오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이에 의원직을 내려놓겠다. 그리고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건강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 발표하는 민병두 의원. 2018.3.10 연합뉴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투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젠더폭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서지현 검사의 사례에서 보듯 사회적 지위나 계급과도 무관하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진보 쪽에서 미투가 더 많이 나오는 배경은 무엇인가. 이미 여성계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다양한 층위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야기는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모두 존재할 때 등장한다”며 “말하는 여성당사자들과 동의하는 남성들이 이 진영(진보진영)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도 방송에 출연해 “좌파 진영에 있던 여성들이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고 더 주체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야 한다”며 “좌우를 막론하고 적폐는 있다. 조용한 지역이 위험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우파라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공작’ 가능성을 염려하는 시각도 근거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투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현상이 아니다. 미투 운동의 배경에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배제·억압이라는 거대한 모순이 놓여 있다. 이러한 모순을 견디다 못한 당사자들이 한꺼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금, 특정 세력이 개입해 ‘없던 일’을 만들어내거나 ‘일어난 일’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보는 건 판타지에 가깝다. 사실관계를 다툴 부분이 있다면 차분히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 미투가 오염되었다느니, 사회적 살인을 한다느니 등의 관점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도, 현실적으로 타당하지도 않다.

“한국 여자 90% 이상이 성추행, 성희롱 경험이 있다”는 배우 김여진씨의 트윗처럼 성폭력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주권자를 대리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 사실부터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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