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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청렴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12월 공직자의 취업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도 제정됐다.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은 청렴한 공직자, 신뢰받는 정부 실현을 위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희망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정부 신뢰 조사결과 또한 우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국민 중 정부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4.8%였다. OECD 평균이 42%, 상위 국가의 경우 80% 이상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런 분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기대되는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3월3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법은 취업제한 기간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업무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퇴직 전 근무했던 ‘부서의 업무’에서 ‘기관의 업무’로 확대했다. 취업제한 기관도 이전의 민간기업 위주에서 시장형 공기업, 인허가 및 조달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유관단체, 법무·회계·세무법인은 물론 병원과 사립대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아울러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취업심사 결과 공개도 명문화했다. 이 개정법의 시행으로 퇴직 후의 자리를 염두에 두고 감독을 무르게 하거나 눈감아 주는 행위, 특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안전 및 규제 업무담당 부서의 재취업을 노리는 행위는 상당 부분 억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퇴직 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 강화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리,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는 규정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국가의 소중한 자산인 전문성 있는 인재의 활용을 어렵게 해 공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직자 개인의 권리보호 측면과 국가의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공익적 측면의 특성이 갈등 및 교환 관계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통해 변호사 등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처리한 업무의 성격과 비중, 처리 빈도를 고려해 영향력 행사의 가능성이 적은 경우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승인요건을 신설하는 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정부서울청사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_ 연합뉴스


법규를 통한 제한과 같은 소극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공직자들의 도덕적 의식을 높여 스스로 자기통제를 할 수 있게 하는 적극적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관련법을 한없이 계속 강화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선한 삶은 고립된 개인에 의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고 보았다. 법이나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직자의 성숙한 자기통제와 시민들의 시민정신이 함께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의 윤리의식 향상과 비리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질 때 시민들은 공직자들을 신뢰하고 관료들은 공직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생동하는 공직사회,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박흥식 |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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